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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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읽다보면 마음이 어느새 차분해지고 편안해짐을 느끼게 된다. 어머님에 대한 깊은 효심을 담고 있는 섬진강 시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국내외 작가들의 시를 담아 낸 책이다. 시를 읽는 것에서 벗어나 시 한 편 옆 페이지에 직접 시를 따라 써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어 시를 쓰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자신이 시를 짓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도 유명인의 시, 메시지를 따라 써보며 '시'가 좀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시를 좋아하고 한 편의 시가 주는 감동을 알고 있지만 예전만큼 시집을 찾지는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를 읽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읽으며 예전의 나의 모습을 살짝 떠올려 보게 된다. 아무래도 시 한 편 옆에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시를 읽는 것에서 끝나면 금세 잊히지만 한 음절씩 따라 써보며 예전의 소녀적 감상이 살짝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휜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퍼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에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많은 독자들은 시인이 시집을 한 권 내면 얼마의 돈을 받는지 모른다. 함민복 시인은 긍정적인 밥에 시 한 편에 삼만 원의 돈을 받고 시 한 권이 팔리면 삼백 원이 들어온다고 썼다. 지금과 달리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쌀이 두 말 살 수 있고 그로인해 마음에 따뜻한 밥이 된다는 글에 내 마음도 따뜻해지고 미소가 지어진다. 시인으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는 구절이지만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함민복 시인이 시와 밥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로 만들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시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를 읽고 필사를 하며 내 마음에 잠들어 있던 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갖게 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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