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음모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존 그리샴의 신작 '잿빛 음모'가 나왔다. 이미 저자의 책을 서너 권 읽었기에 잿빛 음모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읽은 책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만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며 나름 인정받고 있던 변호사 서맨사 코퍼 역시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갑작스런 해고통지에 그녀는 커다란 상처를 받고 하루라도 빨리 뉴욕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서맨사는 이혼한 아버지 마셜의 제의도 거절하지만 정작 무급 인턴사원이라도 일하고 싶은 그녀를 원하는 곳은 없다. 다행히 버지니아 주 브래디의 마운틴 법률 구조 클리닉에서 겨우 일자리를 얻은 그녀는 자신이 일할 곳을 찾아가는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일을 경험하게 된다.


서맨사에게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치아관이란 시각장애를 가진 황당한 남자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그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이다. 함께 일하게 될 도너번을 비롯한 사람들을 통해 자그마한 이 마을의 주민들과 대기업 석탄회사과의 껄끄러운 사연을 듣게 된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며 일을 하는 서맨사에게 자신이 작성한 유언장을 바꾸고 싶다는 의뢰인이 나타난다. 자식들에게 땅을 물러주고 싶지 않은 의뢰인의 요구대로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자식들이 서맨사를 찾아와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다. 대기업 석탄회사의 비리를 잘 알고 있는 도너번은 열성적으로 그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 뛰어든다. 항상 그렇듯 돈을 가진 사람들은 뛰어난 변호사들을 고용해 브래디 마을 사람들의 요구를 차단한다. 헌데 도너번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며 서맨사를 비롯한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도너번의 동생이며 서맨사에게 관심을 보인 제프는 형의 사건에 더욱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서맨사는 흑폐증을 앓고 있으며 석탄회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의뢰인을 돕고 싶다. 헌데 이 의뢰인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 세상이 공평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기업의 거대 자본과 그들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물론이고 행정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대기업의 자본과 결탁해 있다. 이런 일이 미국만 있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시 탄광촌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폐암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었다. 그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었는지 잿빛 음모를 읽으며 새삼 돌아보게 된다.


FBI까지 수사에 끼어들며 진실은 과연 밝혀질 수 있을지 긴장감이 돌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지만 역시나 법정 스릴러 소설의 대가답게 대기업과 그들의 편애선 사람들, 이들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서맨사 일행의 모습이 그동안 보아 온 여러 법정 영화를 연상하며 나름 재밌게 읽었다. 그중에서도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에린 브로코비치'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어두운 일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성실하고 열심히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했던 사람들도 금융위기와 같이 생각지도 못한 위기로 인해 길거리를 쫓겨나는 현실이 형태는 다르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인가 뉴스를 통해 로스쿨출신의 법조인과 사법응시 출신의 법조인이  서로 다른 사법시험에 대한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의견이 다른 그들의 모습이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데 옛날처럼 개천에서 용나는 세상은 아니지만 로스쿨에 가려면 기본적으로 부모님의 재력이 상당히 있어야 하기에 힘이 들더라도 돈에 의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노력으로 법조인이 되려고 노력하기에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법정 소설과 존 그리샴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반가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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