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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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근는 한국계 미국 작가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원한 이방인'은 이창래 작가의 데뷔작이다. 미국 땅에서 이민자, 이민자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을 통해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의 삶이 결코 쉽지 않으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갖는 주인공 헨리 파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헨리의 아내가 떠난다. 남편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그의 곁에서 행복을 꿈꾸었던 여자 릴리아... 공립학교에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는 아내는 아이들의 위해 헌신적이었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쏟는 정성에는 그의 아트 미트의 안타까운 죽음이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아내 릴리아는 남편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가 하는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헨리는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모으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철저하게 아내에게 비밀에 붙인다. 부부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은 관여하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와 달리 미국은 부부관계가 우리와 다르다고 알고 있다. 서로에게 솔직해야 하는 미국사회에서 이런 헨리의 모습에는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과 달리 미국인들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기를 바랐던 그의 아버지는 같은 민족끼리의 결혼이 아닌 외국인 릴리아의 결혼에 기쁨을 가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헨리를 임신한 아내와 미국에 이민 와서 채소가게를 운영한다. 채소가게에 대한 어떠한 일도 거론되지 않는 집안 분위기에 익숙한 헨리...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낯선 가정부의 출현과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살림을 하는 가정부에 대해 잠시나마 품었던 의심... 아버지에 대한 헌신적인 희생?은 헨리 부부에게 큰 도움이 된다.


헨리의 새 일은 시의원 존 강과 관련된 일이다. 존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헨리는 한국계 이민자로 살고 있는 그의 삶이 예사롭지 않다. 존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생각지도 못한 폭파사건이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되고 그의 정치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교통사고까지 겹치면서 감추어졌던 이야기들이 쏟아지는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늘 생각하는 헨리는 심리치료를 받던 중 하지 말아야 할 비밀까지 털어놓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인물은 헨리에게 조심하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솔직히 쉽지 않은 책이다. 헨리는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가 반문한다. 이민자의 자식으로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자연스럽지만 미국인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이방인처럼 살아가야 하는 헨리의 모습에서 더 나은 나라에서 잘 살고 싶어 떠난 이민자들과 그들의 자손이 겪는 어려움이 느껴진다.


저자가 느낀 미국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남다른 직업을 가진 주인공의 일과 아들을 잃고 겨우 이어가던 아내와의 관계 등이 잔잔하지만 서정적으로 담겨져 있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돌아보며 질문하게 되는 이야기라 흥미롭게 느끼며 읽게 된다. 이민자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 책이다.


미국인들은 이름을 부르며 산다.        -p113-

어머니는 늘 '처'나 '아내'나 '어머니'일 뿐이었다. 아버지는 '남편'이나 '아버지'나 '헨리 아버지'였다.     -p114-


나는 단지 인물만 알면 된다. 정체만. 이것이 전부다. 나는 굶주린 개처럼 모든 개인적 정서의 내장을 쫓아다녀야 한다. 나는 공작 대상이 좋아하는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을 드러내게 해야 하고 자극해야 한다. 마음의 매너리즘. 그의 삶의 상습적 경련. 그의 의견, 편견, 불안, 허영심. 그의 입맛을 자극하는 것까지 - 만일 그것이 뭔가를 말해 준다면. 내가 돈을 받고 하는 일은 그의 엄격한 현재 시제로 관찰하는 것이다. 역동적으로 한 장면을 차지하는 대상으로서, 연구 할 현상으로서.                                         -p306-


나는 멈칫한다. 내 한국 이름을 들으면 언제나 순간적으로 얼어 붙는다.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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