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사랑하는 방법
헤일리 태너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스러운 책을 만났다. 표지부터 인상적인데 중절모를 손에 들고 앞에서 걷는 소년과 시원한 원피스를 입고 중절모 쓴 나팔을 불며 걷는 소녀, 소녀의 뒤를 따라가는 코끼리의 모습이 즐겁게 다가오는 책이다. 헤일리 태너의 '소녀를 사랑하는 방법'이 전미도서대전이 뽑은 젊은 작가상 선정작으로 영화로도 이미 결정된 작품이라는데 읽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사랑스럽다.


바츨라프란 소년이 조수인 레나란 소녀와 마술 연습을 하고 있다. 주인공인 두 사람의 나이는 이제 겨우 열 살, 아홉 살이다.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마술 연습이기에 문을 잠그고 하던 중 바츨라프의 어머니가 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갑자기 긴장하게 된다.


바츨라프의 엄마 라시아는 레나를 친딸처럼 아끼지만 아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에는 마음이 무겁다. 러시아 이민자의 자식과 조카인 두 소년, 소녀를 처음 알게 해 준 사람이 라시아다. 아들이 혼자서만 지내는 것이 안타까웠던 라시아는 우연히 레나의 이모를 만나고 서로의 아들과 조카가 비슷한 나이라 친구로서 소개해준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바츨라프와 레나는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이며 서로를 누구보다 아낀다.


갑자기 레나의 태도가 변한다. 자신을 못 본 척하는 레나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는 바츨라프는 레나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으로 레나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우선 당장은 그들이 함께 하기로 한 마술쇼는 꼭 해야 한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고 함께 본 공연...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와 공연이다. 레나의 인생에 있어서 다른 때보다 더 특별한 시간이었던 그 시간이지만...


레나가 학교를 결석한 날 라시아는 걱정이 되어 레나가 있는 집을 찾아간다. 집에 온 라시아는 바츨라프에게 레나의 소식을 전하는데... 바츨라프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어난 것이다. 더 이상 레나가 이모의 보호 하에 있을 수 없어 떠난 것이다.  


운명 같은 사랑은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운명 같은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열일곱 생일을 앞둔 레나와 레나의 생일을 기억하는 바츨라프...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 대한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다. 허나 이들이 만남을 누구보다 막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은 가끔씩 책,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바츨라프의 집과 레나의 집, 주변 사람들을 통해 보이는 이민자들의 삶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떠나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할머니에 의해 러시아를 떠난 레나와 이모가 삶을 보며 특히나 안쓰러운 맘이 들었다.


서로가 다 알고 있지만 선한 거짓말이 가진 힘은 크다. 그것이 가진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한 소녀가 바라보는 풍경과 소녀만을 바라보는 소년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애처롭고 불안한 사랑은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공주님은 분명 소년을 사랑했지만 실은 공주로 사는 것도 사랑했거든. 사랑하는 어마마마와 언니, 동생 곁을 떠나서, 평생 동안 살아왔던 성을 떠나서, 과연 어딘가로 영영 도망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거야.       -p121-


두려워하지도, 위험에 처하지도 않기를, 춥지도, 외롭지도, 악몽을 꾸지도 않기를, 위험에 처하지도 않기를. 바츨라프는 레나에 대한 자신의 모든 사랑과 걱정 배려를 가득 채워 넣은 그 인사를 소식을 전하는 비둘기처럼 날려 보냈고, 그것이 반드시 레나에게 도달하리라고 믿었다.                 -p1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