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쪽 눈을 치켜뜨고 무엇인가 불만 섞인 표정을 짓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오베...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는 저자의 블로거가 인기를 얻으면서 탄생한 책이다. 깐깐하고 까칠하며 자신이 정한 원칙에 위반되는 행동은 절대하지 않는 뚝심 있는 이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없어도 일어나는 중년의 남자 오베... 그는 매일 같은 패턴의 일과를 시작한다. 커피 여과기를 사용해 커피가 우러나는 시간 동안 자신이 사는 마을 시찰을 나선다. 주차 구역과 쓰레기 처리장, 자전거 보관소까지 다 둘러본 후에 집에 돌아온다. 자신의 집, 마을, 직장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성실했던 오베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안 그래도 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이 지내는 오베는 아내 소냐가 죽은 이후로 빨리 아내의 곁으로 가고 싶어 한다. 어느 날 트레일러 한 대가 오베의 화단에 침입하는 일이 발생한다. 트레일러 안에는 오베의 집 건너편에 새로 이사 온 일가족이 타고 있다. 트레일러 후진을 못하는 그들을 도와준 것이 오베의 중대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기에 평화롭게 죽으려고 준비의 마무리 단계인 그 때 초인종이 울린다. 자신에게 도움을 받은 트레일러의 부부다. 아내는 이란 여성으로 임산부에 멀대인 남편의 방문이 반갑지 않다. 오베에게 과자를 건네며 먹히지 않는 농담을 하는 그들은 오베에게 사다리를 빌려 달라고 하고 오래도록 외면하고 지낸 이웃 루네의 아내 역시 오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냥 외면하면 끝이지만 오베는 그들을 도와준다.


조용히 삶을 정리하고 싶었던 오베 앞에 한 가족이 등장하며 이런저런 요소들이 결합하여 그의 죽음이 죽음 계획은 자꾸만 미루어진다.


너무나 까칠하고 고집불통이라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오베는 결코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다. 허나 이런 오베의 모습에서 세상 사람들이 보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올 곧은 진실한 모습을 그의 아내 소냐는 찾아내고 그와 함께 한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그들의 결혼... 이들의 만남과 잔잔한 행복, 버스 여행이 가져 온 엄청난 결과와 그럼에도 여전히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은 오베란 남자를 이해하고 그의 사랑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만든다.


오베란 인물과 그의 아내, 아버지, 트레일러 일가족, 가장 친한 친구로 지냈지만 어긋난 버린 관계, 고양이 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책 속에 빠져들게 한다. 누구나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 오베란 남자는 특히나 말이 없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 필요한 말만 하고 행동하며, 정직과 원칙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왔지만 자신의 원칙을 벗어난 것에 대한 융통성은 제로에 가깝다.


겉모습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말한다. 허나 우리는 겉모습에서 8,90%를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 내 이웃에 오베란 남자가 살게 된다면...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허나 일단 알게 되면 그에게 다가가고 싶을 거 같다. 재밌는 요소들도 꽤 있지만 안타깝고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도 많아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전해준 책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책에서 느낀 감동을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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