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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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닮은 듯 다른 여자의 반족 얼굴을 표지로 한 '나오미와 가나코'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종종 읽었고 저자만이 가진 유머와 경쾌함을 느낄 수 있어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이번 신작도 내심 기대했던 작품이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을 안고 읽었는데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느 종교도 믿지 않는 무신론자지만 때로는 저런 인간은 천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들과 여성을 상대로한 성범죄자, 폭행을 저지르는 인간은 가장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고 한다. 폭력을 한두 번 용인하면 그 수위가 높아지고 나중에는 습관처럼 폭력을 행사한다. 여성의 지위가 올라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매 맞고 사는 여자들이 분명 있어 TV이 뉴스를 통해 이런 사건을 종종 접하게 된다.


전공과 연관이 있는 미술쪽 일을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백화점 외판부에 근무하는 나오미는 힘겨운 몸을 이끌고 출근한다. 나오미는 최고의 VIP 회원들을 상대하며 그들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 애인도 없이 살고 있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라면 은행원인 남편을 둔 가나코다. 나름 똑소리 나고 착한 가나코가 남편에게 맞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나오미는 충격을 받는다. 어린시절 어머니에게 가해지는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란 탓에 잊고 있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것이다.


고객과의 친밀함을 중시하는 외판부에 중국의 부자들이 몰려와 쇼핑을 즐긴다. 갑자기 몰려든 손님으로 인해 나오미가 맡고 있는 데스크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비싼 시계 하나가 도난을 당하며 이 제품을 가지고 간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된다. 일반 고객도 아니고 엄청난 쇼핑을 즐기는 VIP 고객에게 함부로 대할 수가 없기에 시계가 전당포에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훔쳐간 사람을 찾아간다. 차이나타운에서 요식업을 하는 여자는 당당함을 내세우지만 결국 실수를 인정하고 한 발자국 물러선다. 나오미는 시계를 찾기 위해 다시 차이나타운을 찾았다가 가나코의 남편과 너무나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남자를 보게 된다. 음식점 여사장의 말과 매 맞고 사는 가나코의 현실, 과거의 트라우마가 뭉쳐져 뜻밖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세상에 완벽한 범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헌데 나오미와 가나코가 세운 계획은 즉흥적인 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전 계획과 예행연습을 했기에 완전 범죄를 꿈꾼다. 허나 생각지도 못한 가나코의 시댁 쪽 인물이 사건을 물고 늘어지면서 궁지에 몰리게 된다.


폭력의 공포에 서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두려움을 모른다. 폭력에 익숙해지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가나코의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트라우마가 있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자신과 크게 연관이 없는 일에 적극적인 나오미의 모습은 의외성을 띈다.


법을 통해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여건이 아직은 부족하고 실제로 헤어진 남편, 애인이 여자친구, 전처의 집을 찾아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는 일은 얼마 전에도 뉴스를 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적이 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남자가 많아서인지 솜방이에 가까운 처벌을 내리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성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더 큰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해결점을 찾지 말고 그 전에 격리시키는 방법이나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려졌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무엇보다 나오미와 가나코의 마지막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분명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그럼에도 이들의 결말이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지만 무섭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름 재밌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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