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지음 / 카시오페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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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미술작품, 인문학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여행을 통해 미술작품을 만나고 인문학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아트인문학 여행'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마냥 즐겁고 행복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내가 느낀 감동을 짧은 서평으로 적어낸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게 해줄 만큼 알차게 담겨진 책이다.


예술작품을 통해 들려주는 인문학을 이처럼 재밌게 풀어내는 저자는 꿀구라라 불리는 서울시립대 김태진 교수와 막구라라고 불리는 프로사진 작가 백승휴 씨다. 인문학 열풍 시대를 이끌고 있는 꿀구라란 말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지만 글이 주는 재미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인문학 이야기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만나는 막구라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가 완벽한 한 쌍을 이룬다.


누구나가 알고 있듯이 이탈리아는 르네상스의 본고장이다. 이탈리아에서도 피렌체에서 가장 먼저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본 영화팬이라면 피렌체에 가면 자연스럽게 두오모 성당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도시 곳곳에 있는 두오모(라틴어: 신의 집)이란 이곳은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100년을 넘게 지어지고 있는 두오모를 자기 손으로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브로넬레스키가 로마까지 가서 건축을 하며 익힌 것을 바탕으로 완성하게 된다.


브루넬레스키와 그의 일당들은 창조성의 가장 첫 단계가 다름 아닌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 생각대로 해보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만나야 한다. 주위의 몰이해와 선입견도 장벽이 된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선구자들을 보면 세상의 모든 핑계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이들의 강력한 무기는 수학적 사고력이다. 이를 통해 원근법이 창조되었고 전혀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선보이면서 철옹성과 같던 국제 고딕의 시대를 허물어버렸다.  -p66-


피렌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보티첼리다. 인간중심의 르네상스 사상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학문을 연구하는데 바로 보티첼리가 그리스와 로마를 그림으로 완벽하게 되살려낸다. 보티첼리가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에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메디치 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메디치 가문이야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이탈리아에 대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깊이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피렌체를 대표하는 가문으로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한 가문으로 알고 있다.  코시모 데 메디치 1세부터 시작해서 돈 먹는 하마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피렌체를 수도로 만들기 위해 인문주의의 부활을 꿈꾸며 플라톤 아카데미를 이끈다. 보티첼리도 메디치 가문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한다. 여기서 그의 위대함을 알아 본 죽은 후에 위대한 로렌초라고 불리는 로렌초의 적극적인 후원 하에 있으며 활발하게 예술작품을 만든다.


밀라노를 대표하는 예술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메디치 가문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보티첼리와 달리 신분이나 인맥이 전무한 다 빈치는 완벽함을 고집하는 성격 탓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작품이 20여 점 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무수히 많은 스케치들이 많아 있으며 그가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다 빈치를 아끼는 주군과 그의 아름다운 부인이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다 빈치의 작품이 좀 더 많이 남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피렌체의 거리 바닥에 그려진 사진을 보며 예술의 도시는 다르구나 싶었으며  너무나 웅장한 최후의 만찬을 예약해야 볼 수 있다는데 예약을 해서라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까지 위대한 예술작가들의 예술작품 속에서 그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저자도 말했듯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천재라고 생각했는데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니 실제로 보면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미켈란젤로와 로렌초의 일화도 흥미롭고 교황과 불편한 관계를 만든 사연, 시스티나 예배당 천정화는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웅장한 작품이지만 낯선 작업에 나쁜 자세로 인해 그는 몸이 망가진다. 미켈란젤로에게 사교적인 성격의 라페엘로는 늘 신경 쓰이는 존재였지만 친화력이 뛰어난 사교적인 이 위대한 화가는 신분의 벽을 넘는 사랑의 영향? 탓에 서른일곱 살에 생을 마감한다. 티치아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명성을 얻어간다. 당시 최고의 예술가 자리에 있던 미켈란젤로가 그의 작품을 보고 스케치가 약하다는 말을 남겼지만 이는 후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스케치의 정교함보다 그림을 덧칠하며 만들어내는 사실감이 더 뛰어났던 것이다.  


당신은 인생을 걸고 헌신할 소중한 대상을 찾았습니까? 설령 결과가 더디게 나온다 해도 손해를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해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할 수 있습니까? 당신을 몰입하게 만ㄷ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스스로 완벽한 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까? 당신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까? 그중에서 새롭게 창조할 것은 무엇입니까?

나의 기적은 무엇인가.

우리의 기적은 무엇인가.

르네상스는 창조의 시대다. 우리는 지금 르네상스를 꿈꾼다.                          -p301~302-


올 가을에 여행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이탈리아는 내가 평소에 꼭 가보고 싶은 도시가 많아 여행기간의 절반 가까이를 이탈리아의 도시를 돌아보며 지낼 예정이다. 여행이란 게 알면 더 많이 보인다고 한다. 용감하게 사전 정보 없이 다니며 즐기는 여행도 즐겁지만 다른 것도 아닌 예술작품은 특히나 알고서 보는 것과 모르고 스쳐 지나가는 것과는 그 느낌이 천지차이다.


'아트인문학 여행'을 한 번 읽었다 고해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를 온전히 이해했다는 말은 못하겠다. 허나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 예술가, 예술작품을 만나고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의 기적은 무엇인지 돌아보며 우리 모두가 꿈꾸는 르네상스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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