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일의 시간 -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 윤이경 엮음 / 북폴리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리나라 최초이자 동양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인 갈바리의원의 이야기를 담은 KBS다큐멘터리 블루베일의 시간이 책으로 나왔다. 솔직히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마리아의작은자매회가 운영하는 작은 병원 '갈바리의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블루베일의 시간'은 갈바리의원의 100일간의 기록을 담아낸 책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의 곁에서 따뜻하고 조용하게 함께 보듬어 주는 수녀님들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는 것 역시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좋은 죽음이란 어떤 죽음일까? 건강하고 자기 수명만큼 누리다가 오랜 시간을 끌지 않는 죽음이 좋은 죽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헌데 인생이란 게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생과 사 마찬가지다.


생각지도 못한 병에 걸리거나, 사고, 나이를 먹는 둥 다양한 이유로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을 걸린 사람도 힘들지만 곁에서 보는 가족들 또한 그 고충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가족이 온전히 간병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간병인을 쓰거나 요양원에서 생활하게 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할 수는 있지만 경제적 뒷받침이 안 되면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영국의 메리포터 수녀님이 1877년 자신이 겪은 다양한 질병을 토대로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수도회가 필요하다고 설립한 갈바리의원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편안한 죽음을 맞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수녀님들이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아픈 가족을 대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허나 그들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사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수녀님들은 일반적인 병원에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기에 더욱 큰 가르침을 전해준다.

 

 

 

 

부모, 자식 간의 끈끈한 정이 점차 엷어져 가는 시대지만 여전히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지만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내 부모, 내 형제, 내 자식이 먼저다. 예전과 달리 부모의 눈치를 자식이 보는 게 아니라 자식의 눈치를 부모가 보는 세대로 변해가고 있고 실제로 이런 일이 흔하다. 노후에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시대에 살다보니 나이 들어서가 걱정이 된다. 나도 이런데 자식과 가족만을 생각하며 산 우리 부모님 세대는 더욱 자식들의 보살핌이 절실하지만 쉽게 말을 꺼내기 힘들다. 이런 현실에서 책에 처음에 나오는 덕수씨네 모습은 가족이란 저래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아픈 아버지 곁에서 지내고 싶어 하는 아내, 두 딸의 모습에 자꾸 내 부모님을 떠올려 보며 반성하게 된다.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살고 있기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낸다. 한동안 버킷리스트 작성이 유행처럼 돌던 때가 있었는데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겨진 가족들 힘들이지 않게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짧았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결국 내가 죽으면 남겨진 나의 가족이 온갖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 (자식, 배우자, 부모 등)가 죽은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떠난 자를 위한 일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치유할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갈바리의원의 교육은 정말 훌륭하다.


책을 통해 갈바리의원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직접 KBS다큐멘터리 블루베일의 시간을 찾아서 보고 그 감동을 느끼고 싶다. 책도 감동스러워 눈물이 핑 도는데 영상은 어떨지 궁금하고 알고 싶다.


나에게 기적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와 하루하루를 함께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날마다 기쁨이고 기적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


삶을 열어 주는 열쇠


죽음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죠...

하지만 삶을 생각해 보면,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잖아요.

삶이 선물이듯 죽음도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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