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 곳은 어딜까? 저자 이장욱 님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우리 문단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 중 한 분이라는데 왜 난 이제서야 이 분을 알게 되었는지 살짝 아쉬움이 생기며 이제라도 만나서 반가운 작가의 작품이다.
이 책의 화자는 총 네 명이다. 마지막에 한 번 나오는 '염'을 제외하고는 정, 김, 최란 인물이 대학시절 함께 영화동아리에서 어울렸던 친구 A의 부고를 전해 듣고 급히 장례식장을 향해가는 중에 각자 자신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우도 있지만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아도 모른 체 외면하고 가슴 속에 담아두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죽은 A와 '정'은 친한 동성 친구다. 정과 김은 친구들의 축복 속에 결혼해 살고 있는 부부다. 김은 잘 나가는 증권맨으로 세상과 타협하여 사는 법을 일찍이 터득한 인물로 안 좋은 일로 인해 직장을 나와 보험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정은 조금은 괴기스런 분위기의 아동 동화를 쓰는 작가로 남편 김에게 서서히 멀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을 못하는 처지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대학 강사로 생활하던 최는 집권당의 현직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되기 일보직전이다. 여기에 홈리스로 살고 있는 염의 이야기를 통해 같은 사건과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왜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지... 기억이란 것이 각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한다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은 충분히 왜곡되거나 미화될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A는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자는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히 있는 강력함을 지닌 여자란 생각이 든다. '천국보다 낯선'은 A가 만든 영화로 이 영화의 내용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탄 자동차 안에서 서로의 말에 생각에 꼬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 명의 인물에게 분명 죽은 A에게서 문자가 도착한다. 죽은 사람이 보낸 문자라 무시하기에는 그 내용이 그들과 관련이 있기에 무시하지 못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TV이를 통해 보게 된 낯익은 인물들, 한 사람의 집을 찾아갔다가 서로가 보게 된 상황에 대한 엇갈린 반응, 밀리는 자동차 구간, 사고발생보다 더 먼저 사고 접수가 된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들이 살짝 섬뜩하고 이것은 무슨 이야기지 하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알고보면 이 모든 것이 서로 다른 세계로 통하는 이야기로 연결되며 이것이 진짜 사실일까? 궁금증으로 인해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읽게 된다.
스토리의 풀어가는 방식이 예사롭지 않은 결말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결말이 맞는지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A의 죽음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세 사람과의 이야기를 통해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난 나름대로 흥미롭게 느끼며 즐겁게 읽은 작품이다. 책 속에 등장한 네 명 아니 A까지 다섯 명의 모습은 성격이나 행동은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당 부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했던 시간보다 친밀함을 느끼는 관계가 아니라 시간과 상관없이 서로 벽 아니 한 걸음 떨여져 있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기괴스럽고 오싹한 느낌이 느껴져 인물들의 스토리를 좀 더 첨가한다면 여름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책의 내용보다 문학평론가에 의한 해설부분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꼈는데 이 또한 내 책읽기의 한계란 생각이 들어 좀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