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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 고통 속에서 빠져 나오는 시간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머리로는 이해는 되어도 가슴으로 온전히 느끼기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해나가 있던 자리'는 여행 작가로 잘 알려진 오소희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다. 분명 소설임에도 이 책이 여행에세이처럼 다가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살다보면 정말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있다. 유통기한이 좀 더 긴 우유를 찾기 위해 허비한 시간으로 인해 배려심 깊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제 겨우 여섯 살 난 아들을 잃어버린 해나... 수시로 아들 재인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여자다.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아들의 부재를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둘러대지만 그 한계점에 이르고 결국 받아들이고 무작정 떠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비행기 표를 끊는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떠난 여행이 아닌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착한 곳에서 그녀는 우선 쉴 수 있는 호텔을 찾는다. 호텔 근처 카페에서 운명처럼 맑은 미소의 구두닦이 소년을 만난다. 이야기 속에 소년이 그리워하는 아버지에 대해 듣게 되고 소년이 건넨 경찰관의 곤봉을 닮은 물건을 받는다. 소년의 부탁한 블루라군... 그곳으로 향한다.
상실을 경험한 해나, 소년을 비롯해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주인공은 점차 자신의 아픔이 치유됨을 느끼게 된다. 결정적으로 그녀에게 적극성을 보인 남자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거부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택한다.
작가가 여행을 통해 만난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이 책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책이지만 책을 읽을수록 여행 가방을 챙겨 따뜻한 미소 짓는 그들 곁에 나도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고 절망적이라고 삶을 포기할 수 있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 내가 겪는 고통의 순간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내어 그럼에도 살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란 느낌을 주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힐링을 안겨주는 책이다. 나만 힘들고 외로운 것이 아님을 느끼며 마음의 위안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