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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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의 걸작"이란 평을 듣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일명 흑사병으로 알려진 이 병은 실제로 14세기 중기 전 유럽에 발생하여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 병으로 인해 당시의 유럽 인구가 1/5로 줄어들었으며, 백년전쟁이 중단되기도 했을 정도로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은 무서운 전염병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 페스트 퇴치 기념비가 세워질 정도로 당시 페스트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되며 카뮈의 페스트는 이런 당시 사람들의 공포와 인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카뮈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방인과 최초의 인간 그 외에 한 권 정도 더 읽은 기억이 있다. 페스트는 학창시절에 잠시 읽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작품인데 우연한 기회에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읽게 된 책이다. 명작은 한 번 읽었을 때와 두 번 읽었을 때가 다르다고 하는데 완독은 못했지만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읽었다.


엽서 속에나 나올 법한 조요한 해안 도시 오랑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숨어 있던 쥐들이 한두 마리씩 사람들 눈에 띄는 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 수는 속도를 붙어 이제는 무더기로 죽어 있는 모습이 발견이 된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모른다. 페스트는 이미 예전에 사라진 질병이란 생각에 사람들 누구도 페스트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의사인 베르나유 리유다. 아픈 아내를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그는 쥐떼의 죽음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페스트가 빠르게 퍼지며 사람들이 죽어가자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기에 이른다. 떠나려는 사람과 돌아오려는 사람... 다양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봉쇄된 도시의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페스트라는 무서운 전염병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재미로 작용한다. 주인공 리유는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의사 카스텔, 심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이며 페스트가 도시를 강타할 때 보이는 석연치 않은 행동을 하는 코타르, 성직자로 페스트와 발명과 신에 대해 성토하는 파늘루 신부, 자신은 오랑에서 발생한 페스트와 전혀 상관없는 일인듯 하루빨리 도시를 떠나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신문기자 랑베르, 오랑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수시로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를 메모하는 타루 노인 등 여러 인물들이 페스트를 바라보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족, 연인 등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페스트가 서서히 가라앉는 가운데 극도로 위험했던 순간에는 정작 멀쩡했다가 전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시기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죽음을 맞는다. 여기에 또 다른 죽음까지 리유를 엄습한다. 페스트가 극성을 부릴 때에는 정작 아무렇지 않다가 페스트가 사라지는 기미를 보이자 불안감을 들어내는 코타르의 예상치 못한 행동은 또 다른 비극을 낳게 된다.


인생이란 게 마냥 좋을 수 없는 것처럼 마냥 슬프고 아프지만도 않다. 한 사람의 영웅이 페스트를 물리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이 자신의 힘이 닿는 선에서 열심히 움직여준 결과로 페스트를 물리칠 수 있었다.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야말로 나의 온 힘과 정신을 기울여 바로 그 페스트와 싸운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끊임없이 페스트를 앓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p326-


나는 여전히 부끄러웠고, 우리들 모두가 페스트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오늘날도 그 평화를 되찾아서,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그 누구에게도 치명적인 원수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p328-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p329-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우리들 마음속에 무서운 병균 페스트에 대한 타루 노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페스트와 같은 병균을 품고서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건강, 청렴, 순결성 등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고서야 후회하고 그 소중함을 새삼 절실히 깨닫게 된다. 곁에 있어 더 소중한 존재지만 타인보다 무심하게 대하는 경우가 더 많을 때도 있는 것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며 병균을 옮겨주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며 가족,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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