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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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의 카리스마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드라마 '화정'... 화정은 선조와 인목왕후의 딸이며 영창대군의 누나인 정명공주가 광해군이 임금에 자리에 오르고 역모에 연루되었다며 어린 영창대군을 죽이고 어머니 인목대비와 함께 서궁으로 쫓겨나 누구보다 냉엄하게 정치판의 현실 속에서 몸으로 터득한 것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이 쓰인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도 정명공주가 모든 것을 감내하고 연륜과 지혜를 담고 있는 환갑을 전후한 늦은 나이때 쓴 책이란 생각이 든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쓰여 그 진실이 후대에 온전히 전해진 것인지는 늘 의문을 갖게 한다. 요즘 들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조선시대 인물 중 한 분이 광해군이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배운 광해군의 모습은 폭군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시대가 변하고 언제부터인가 광해군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솔직히 나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무능한 임금 중 한 명이 선조임금이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수치스러운 행동을 한 것도 모자라 자신보다 뛰어난 아니 임진왜란 중 몸으로 직접 전쟁터를 누비며 싸운 세자 광해군이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평가는 받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진다.


주위에 늦둥이를 본 사람들은 너무나 예쁘다는 말을 한다. 선조 역시 광해군에 대한 신하들의 청을 듣지 않고 새로운 왕비 인목왕후를 얻어 정명공주와 영창대군을 얻는다.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새어머니를 두는 것도 모자라 아들뻘이나 되는 동생에게 왕의 자리를 넘겨주고 싶어하는 아버지 선조를 바라보는 광해군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솔직히 전쟁터를 누비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광해군으로서는 정말 복잡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앞둔 선조는 어쩔 수 없어 광해군에게 왕의 자리를 넘겨준다. 이때부터 피바람은 어느 정도 예상된 면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좀 더 유능하고 올바른 생각과 마음을 가진 신하들이 광해군을 둘러싸고 있었다면 그가 과연 그렇게 포악한 군주의 모습을 갖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영창대군을 죽이고 정명공주를 계모와 함께 서궁으로 폐출시킨 광해군... 초반의 광해군이 왕으로 행적은 칭찬받아 마땅한 점이 많다고 여겨진다. 허나 광해군의 포악성이 심해지고 결국 서인들에 의해 인조반정이 일어나며 광해군은 유배되고 인목대비와 정명공주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인목대비가 광해군의 목을 그렇게 원했던 것은 죽은 아들에 대한 마음과 자신의 처지로 인한 원한 섞인 심정이라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와 반대로 누구보다 권력의 두 얼굴을 보고 터득한 정명공주는 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본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는 광해군보다 더한 의심 병을 가지고 있다. 정명공주가 인조의 의심 병이 심해져 풍파 속에 또 놓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좋은 일, 궂은 일이 생겨도 결코 자신의 마음을 들어내지 않는다.. 책에 쓰여진 것처럼 의문 병이 심하고 임금으로서 제 몫을 못하는 인조임금에게 청의 문물을 자랑한 소현세자의 서툰 행동이 없었다면 그가 무사히 왕의 자리에 올랐을까 궁금해지는 면도 있고 와의 자리에 올랐다면 그는 조선을 어떤 식으로 다스렸을지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인물 중 한 명이 소현세자라서... 정명공주 그녀가 남편을 얻게 된 사연도 흥미롭고 그들의 자식이 조선시대 이름 있는 후손들을 배출하며 명문 집안으로 자리 잡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낸 적이 없으며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누구보다 열심히 서예를 하여 조선시대 최고의 여성 서예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는 정명공주의 '화정'... 그녀는 아버지 선조부터 숙종임금까지 총 6대에 걸친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써내려간 정명공주의 글이 피로 물든 조선시대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읽어도 읽어도 재밌는 부분도 있고 읽을수록 안타깝고 왜 저런 사람을 임금을 자리에 앉혔을까 싶은 인물들도 있어 마음이... 선조의 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정명공주를 통해 조선시대를 들여다 보는 시간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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