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김경희 지음, 김세희 각본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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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갖고자 하는 남자들의 욕망을 다룬 이야기 순수의 시대... 안상훈 감독의 영화로 개봉된 작품으로 영화를 미처 못 본 나로서는 책을 통해 만나게 되어 반가운 작품이다. 태조 왕건, 정도전,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 영화, 책은 종종 나왔을 정도로 이 시기는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남자들의 가장 치열하고 순수한 권력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다. 재작년인가 재밌게 본 '관상'도 이방원과 정도전의 대립구도를 잘 표현한 영화란 생각이 들었는데 '순수의 시대'는 두 인물은 물론이고 김민재란 인물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를 보고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태조 왕건이 조선을 건국하는데 있어서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아들 이방원은 능력이 된다고 믿었기에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장자도 아닌 아들이지만 누구보다 야망이 크고 뛰어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왕건이 늦게 본 어린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며 피바람을 예고하게 된다. 세자를 지키기 위해 왕건 곁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도전을 비롯해 그의 사위인 김민재를 세자 곁에 두지만 이방원은 더 높이 날고 싶기에 과감히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판을 짤 수밖에 없었다.


순수의 시대는 권력의 욕망을 들어내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방원과 정도전은 서로의 그릇 크기를 알고 있다.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기에 신중의 신중을 기하는 모습도 흥미롭지만 정도전의 사위이며 이방원과 종종 술자리를 함께하며 원치 않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김민재와 기녀 가희의 슬프고 애잔한 사랑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마음 먹은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세상사 그런 일은 흔하지 않다. 지금이야 여성의 지위가 많이 올라서 있지만 조선시대는 남자들에 의해 여자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잊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가진 가희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가슴 속 응어리를 풀고자 했던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생각지도 못한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의 모습이 당시의 치열한 시대 상황과 맞물러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평소에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지만 역사소설 속에서의 로맨스는 해피엔딩 보다 새디엔딩이 많아 항상 안타까움을 전해주는데 순수의 시대 역시도 같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 애잔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순수의 시대를 읽으니 영화가 궁금해진다. 날카롭게 대립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로맨스가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지 궁금증이 생겨 찾아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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