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자 1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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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가 루벤스의 그림에 동양인이 그려져 있다.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한복 입은 남자>와 <조선 남자>... 두 편의 책은 루벤스의 그림속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먼저 한복 입은 남자를 읽었기에 조선 남자는 같은 인물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예상외로 전혀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라 궁금증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왔다는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주인공은 오랜 시간 전장을 누비며 다닌 무사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남자.. 그는 나라를 위해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양귀의 땅으로 향한다. 양귀의 말을 못하는 그의 곁에는 성도 이름도 없는 물사마귀란 남자가 함께 한다.


여러 지역을 거쳐 드디어 양귀의 땅에 발을 디딘 조선 남자... 그가 처음 보게 된 광경은 충격적이다. 한 여인을 마녀로 몰아세우는 군중들의 모습... 허나 마녀로 몰린 여인에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처음에 느낀 섬뜩함보다는 무엇인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마녀로 몰린 여자의 여동생과 남동생이 조선 남자에게 다가오며 환쟁이 (루벤스)를 통해 마녀인 여자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마녀의 여동생은 조선 남자가 왜 양귀의 땅에 왔는지 알고 있다. 그녀가 내건 조건은 매력적이다. 여기에 마녀의 모습이 조선 남자를 움직여 루벤스를 통해 구해주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다. 결국 마녀로 몰린 여자는 화형을 당하게 된다. 조선남자는 운명의 장난처럼 도움을 청한 여동생과 자연스럽게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하는데...


각자의 입장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인물들로 인해 조선 남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다. 그 속에는 신구간 종교의 갈등, 정치적 상황 등이 교묘하게 섞여 있어 시대가 가진 무게감 때문에 극복하기는 어렵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늘 있어 왔던 일이다. 자신, 자신이 속한 단체의 목적을 위해서는 기꺼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생각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책장을 잡고 읽다보니 2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란 느낌이 살짝 온다. 루벤스의 그림 속 인물과 판박이처럼 닮은 젊은 남자의 모습을 통해 그 역시 다른 나라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가 조선의 땅으로 출발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내심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든다.


나는 조선에서 왔다.   <1권, p15>  첫 문장부터 예사롭게 강렬하다는 생각이 든다.


루벤스가 조선남자의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톨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북부 지방에서 신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스런 징후로 생각했었다. 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연방공화국 내에서 가톨릭이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었다.          <1권, p249>     


대주교께서도 아시리라고 보오. 우리는 말이오. 실은.... 신앙 때문에만 싸운 게 아니오. 그보단 정치, 경제적 이유가 더 컸소. 어쩌면 신앙을 이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소. 맞소! 당신 말마따나 신앙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소! 스페인 압제자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는 힘이 분출하자 우리 칼뱅파들은 그 힘과 합쳐서 싸운 것이오.  <2권, p308>       


뿌리는 같은 곳이지만 서로가 믿는 부분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세력이 확장 될까봐 걱정하는 모습에 몇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안타깝다.


나마저 배신할 수 없지! 인간이라면 절대로 그럴 순 없는 거야!                  <2권, p212>

자신과 함께 일하던 곳의 주인에 대한 마음을 놓지 않고 의리를 지키려는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장 루벤스의 그림 속 조선인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사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느끼며 읽게 된다. 재밌게 읽었기에 다음 편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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