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이빨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0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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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아르센 뤼팽 시리즈... 벌써 열 번째 책을 만났다. '호랑이 이빨'은 솔직히 읽은 기억이 없다. 다른 책들은 그나마 아 읽은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나 맞아 읽었다 하는 기분으로 읽었지만 호랑이 이빨의 경우는 처음인데 하는 기분으로 읽어 나름 재밌게 읽은 책이다.


다급한 목소리를 경찰청장 데말리옹을 찾는 베로 형사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그는 한 통의 편지와 물건을 남겨두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며 사라진다. 경찰청장 데말리옹은 마침 이때 돈 루이스 페레나를 비롯한 몇 명의 사람을 소환해 놓은 상태라 급한 마음에 베로 형사가 남긴 것을 잠시 접어두게 된다. 2억 프랑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의 돈을 남기고 죽은 코스모 모닝톤의 유언장이 공개된다. 모닝톤은 자신의 직계 후손들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2억 달러의 엄청난 재산을 전쟁 중 인연을 맺었던 돈 루이스 페레나에게 상속한다는 유서를 남긴다. 허나 모닝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존 루이스는 그의 죽음이 독극물에 의한 타살임을 주장한다. 누가, 무엇 때문에 그를 타살했는지가 의문스러운데 빨리 그의 후손을 찾아야만 한다.


사라졌던 베로 형사 역시 독살에 의해 죽음을 맞고 존 루이스는 그가 남긴 힌트를 토대로 유산 상속인을 찾는다. 페레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유능한 형사인 마즈루와 함께 상속인의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되는데... 허나 상속인과 그의 아들이 죽음을 맞는다. 한시도 눈과 귀를 닫지 않고 있었는데 어떻게 두 사람이 죽음을 맞았는지 페레나와 마즈루 형사는 믿을 수 없다. 범인이 남긴 흔적은 베로 형사가 초콜릿에 남긴 것과 같은 사과에 남겨진 호랑이 이빨이다. 상속인이 죽은 시점에 남자의 집에 머물고 있던 존 루이스 페레나가 범인으로 몰린다. 확실한 증거는 평소에 페레나의 손에 낀 반지의 보석알 중 떨어져 나간 알 하나가 결정적 증거다. 페레나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런 와중에 죽은 상속인의 남자의 아내가 수상쩍은 알리바이와 확실한 증거로 인해 범인으로 몰린다. 항상 그렇듯 모든 범죄는 가장 가까운 인물이 범인이란 말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대목이다. 그녀 역시 상속인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더욱 의심이 간다. 허나 여자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자살을 시도한다.


사건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페레나.. 이전에 만난 여인들의 존재는 깡그리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이 여자에 대한 페레나의 마음은 온통 그녀의 눈빛과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에는 이해가 된다. 의심스런 여인의 모습에서 계속해서 마음이 약해지는 페레나 아니 뤼팽을 보면서 남자들이 아름다운 여인에 약하다는 말이 역시나 뤼팽에게도 해당된다는 느낌을 준다. 주체적이고 강한 여성이 아닌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인의 모습이라 미모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끌리는 캐릭터는 아니었기에 살짝 실망스런 마음이 있었지만 뤼팽이 끌린다니 대단한 미모란 생각이 들긴 한다.


스토리는 분명 흥미롭다. 기존에 단번에 범인에 대해 파악하고 그를 쫓는 뤼팽의 모습이 아닌 계속해서 뤼팽을 가지고 노는 미지의 인물에게 조롱당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생소하고 언제 범인의 존재가 들어나는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뤼팽 대신 돈 루이스 페레나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뤼팽의 모습을 앞에서 읽은 서너 편의 작품들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며 재미 또한 있다.


이제까지 10권을 읽었기에 남은 열권에 이야기에도 계속해서 뤼팽이란 이름대신 돈 루이스 페레나란 이름으로 활약할지 궁금하다. 온통 마음을 빼앗긴 여인과 결혼까지 이어질지도 의문으로 남기에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호랑이 이빨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뤼팽이 완벽한 신분 세탁을 한 모습을 가졌지만 여전히 뤼팽이 가진 유머감각을 잃지 않은 존 루이스 페레나의 모습이다. 범인이 내미는 카드에 기꺼이 자신을 맡기면서도 직관력과 추리력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뛰어나다. 뤼팽은 자신을 도둑이며 사기꾼이라고 말하지만 남들보다 엄청난 부를 소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그를 믿고 따르는 동료들과 함께한다. 그의 예순 명이나 되는 동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뤼팽을 위해 모이는 이야기는 뤼팽이 동료들에게 어떤 인물인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뤼팽 같은 절대지지와 믿음을 주는 인물이 왜 우리 사회에는 없는지 잠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마지막까지 도통 들어나지 않는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호랑이 이빨.. 다음 편에서는 본연의 이름으로 활약하는 뤼팽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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