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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야사록 1 - 실록이 전하지 못하는 놓쳤던 조선사
최범서 지음 / 가람기획 / 2015년 2월
평점 :
가장 많이 만들어진 사극하면 조선왕조 500년이 아닐까 싶다. 어느 시대를 담아도 흥미진진한 소재를 자랑하는 조선왕조 500년이 허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사극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면이 있다. 역사적 사실보다 들어나지 않은 야사는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담겨진 이야기가 아니지만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를 담은 '조선왕조 야사록 1'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부터 13대 임금 명종 시대까지 담고 있다. 왕 별로 나누어진 야사는 들어서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전혀 생소한 부분들이 흥미롭다.
항상 그렇듯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쓰여진다. 승자가 쓴 역사는 얼마나 많은 진실을 담아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늘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 역사속 숨은 이야기가 밝혀져 새로운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승자가 쓴 역사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진실들이 많다. 실록에 담겨지지 않은 야사로 풀어낸 이야기는 시대가 가진 모습이 사실적으로 담겨져 있어 정사와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조선의 백성들은 고려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민심이 조선에 흡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히나 배극렴이 공민왕의 정비에게서 옥새를 빼앗아 이성계에게 바친 인물로 유명하다. 그를 비롯한 조선을 건설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었던 개국공신들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독설을 날린 기생 설매.. 한낱 기생의 뼈 있는 말에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는 그들은 좌불안석이다. 세종의 깊은 신뢰를 받는 신하 어변갑은 원래 지씨 였던 것이 태조 왕건때 먼 조상인 인물의 겨드랑이에 비늘이 셋이 있다는 이유로 태조 왕건에 의해 성이 어 씨로 변한 것이다. 세종이 아끼는 인물인 벼슬에 올라 있는 동안에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한다. 그는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자신에게 생긴 병을 핑계로 사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향한다. 오로지 부모님 봉양에 힘쓰며 두 번 다시 벼슬길에 발을 들여 놓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벼슬길에 나서려고 더 안달이 나 있는데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컸던 어변갑... 효 대신 임금 곁에서 충을 행할 시간은 길었던 다른 인물들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태종의 첫째 아들 양녕대군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알려진 대로 이야기가 거의 사실에 가깝다. 다만 그는 태종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기에 일부러 더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한다. 양녕대군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세종 역시 형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담겨져 있어 야사가 가진 이야기를 통해 미처 몰랐던 역사의 진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사를 읽다보니 학생들이 좀 더 올바로 역사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 야사가 가진 이야기를 토대로 이제부터 만들어지는 사극들은 좀 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는 학생들이 TV 사극을 통해 그나마 역사에 대한 인식을 잘못 알게 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선왕조 500년의 결정적 사건들에 대한 통렬한 뒷담화를 담아냈다는 야사록... 역사에서 사라진 진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