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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예수
고진하 지음 / 비채 / 2015년 2월
평점 :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아주 잠시 종교를 가진 적이 있지만 멀어진 이후 무신론자로 살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시 읽어주는 예수'... 종교와 시의 만남이라.. 사실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생각을 살짝 가지고 있었던 면이 있다. 허나 책을 읽으며 종교를 떠나 시가 주는 깊은 울림과 이야기가 편안하게 다가와 즐겁게 읽게 된다.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이 정호승 님이다. 정호승 시인은 예수를 가르쳐 모든 사람들을 시인으로 만드는 시인이라고 극찬을 한다. 한 번도 예수를 시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좋아하는 시인이 예수를 시인이라고 말한 시를 읽으며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면 예수는 충분히 시인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에 익숙하다. 요즘이야 느리게 사는 삶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에 제동을 걸며 진정 행복한 인생이 어떤 인생인지 자꾸 생각해 보게 만든다. 박성룡 시인의 시처럼 나 역시도 요즘은 예전보다 더 쉬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특별히 무엇인가 이루고 싶은 욕구가 없으면서도 마음만 바쁘게 지내며 인생을 살고 있다가 한 살씩 먹어갈수록 느리고, 조금 불편한 삶이 더 풍요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김현승님처럼 나 역시도 사랑해라는 말은 낯 간지러워 거의 안 쓰는 편이다. 미안해, 고마워 같은 말은 자주 사용한다. 특히나 고마워는 마음에 온기가 느껴지는 말이다.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의 호의에 조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 평화롭고 여유 있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는 어렵지 않다고 한다. 생활이 팍팍해지고 여유가 사라지면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지고 고마워하는 것에 인색해진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 감사함을 찾아야 한다는 글을 보며 나는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요즘 너무 힘들기에 조금 짜증이 나고 옆지기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지낼 때가 많았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거란 당연한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면도 있지만 심적 여유가 부족하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없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름만 되면 아는 시인 분들과 작가의 시가 있고 시와 관련된 자유로운 글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에 시를 좋아하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예수를 통해 시를 만나고 이해한다는 것이 신선하게 따뜻하게 다가온 책이다. 예수님을 시인으로 만나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