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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ㅣ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등과 함께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 나 역시도 두 시리즈 모두를 너무나 사랑하는 독자로서 저자들의 작품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다. 기다리던 미타라이 기요시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믿을 수 없는 식인나무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스토리의 시작은 1945년 4월 영국의 북부지방 스코틀랜드의 포이어즈란 마을 외곽 산속에서 2차 세계 대전 중 곧 자신들이 있는 곳까지 쳐들어 올 것이란 불안감에 시달리는 아버지로 인해 한 남자가 급할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방공호를 짓고 있다. 창이 하나도 없는 어두컴컴한 건물이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서 짓는 것이 목적이다. 서른 살이나 된 남자는 유달리 수줍음이 많아 자신과 비슷한 또래와는 어울리지 못하고 나이보다 상당히 어린 소녀와 겨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호숫가에 핀 꽃을 찾아오는 소녀의 이름은 클라라... 클라라의 아름다운 외모와 반짝이는 초록 눈동자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소녀와 영원히 함께 있고 싶은 남자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만다.
1984년 일본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9월 어느 날 저녁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 이시오카.. 팬이라고 밝힌 낯선 여자의 전화 내용이 엉뚱하지만 결국 약속 장소에 나가 그녀를 만나게 된다. 여자는 이시오카의 재정적 조건에 급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이끌다가 자신이 전에 만나던 남자에 대해 털어놓는다. 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엉뚱한 그녀... 그녀의 황당한 이야기를 동거인이 미타라이에게 털어놓는데 미타라이는 한 마디로 이시오카가 그녀에게 차였음을 알려줄 뿐이다.
며칠이 지나고 우연히 신문을 통해 자신을 탐색하며 옛연인에 대해 성토하던 여자의 남자친구의 이름이 신문에 실린 것을 본 마타라이로 인해 여자를 만나러 간다. 7년을 넘게 좋아한 남자의 죽음에 놀라는 여자는 얼떨결에 미타라이가 의도한대로 남자가 살던 집 지붕 위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사건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의뢰를 하게 된다. 사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그들은 여자의 옛연인 후지나미 씨가 살았던 녹나무 저택으로 향한다. 후지나미의 아내는 물론이고 죽은 남자의 남동생, 여동생 만나는데.. 후지나미가 죽던 날 녹나무 앞에서 그의 어머니가 몸에 끔직한 상처를 입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평소하지 않던 행동을 하며 지붕 위에 오른 남자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이 모든 사건에는 분명 이천년을 넘게 버터온 커다란 녹나무가 중심에 있다.
사람들이 무서워 할 정도로 흉흉한 소문의 온상인 녹나무에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미타라이의 날카로운 촉이 예민하게 움직인다. 미타라이는 자신이 파악한 진실을 확인하게 위해 후지나미의 아버지 제임스의 고향으로 향한다. 미타라이, 이시오카, 여기서 후지나미의 여동생이며 아름답고 매력적인 스무 살의 연예인 레오나의 동행은 그녀의 대담한 엉뚱함이 한 몫 한 결과다. 그들이 찾은 스코틀랜드의 거인의 집.. 이 집에 얽힌 진실을 확인하지만 아무것도 들어나지 않는다. 헌데 그들이 영국으로 향한 사이 레오나의 가족이 그만... 그들은 거인의 집에 대한 조사를 다 마치지도 못하고 서둘러 돌아오는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세계 어디서나 믿을 수 없는 만들어낸 이야기에 사람들은 실제로 믿는 경우가 많다.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녹나무는 분명 식인나무다.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식인나무인 것이다. 세상에는 인간이 가장 무섭고 섬뜩하고 엉뚱한 이기적인 존재인가보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만 보지 못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속이 풀리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고 해도 악인이다. 여기에 시대가 가진 아픔이 함께하며 힘없는 미약한 존재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는 미타라이가 범인을 밝혀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셜록 홈즈와 왓슨처럼 미타라이와 아시오카의 케미가 돋보인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심정에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미타라이가 보여주는 속 깊은 마지막 모습이 인상 깊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