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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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랄 때도 읽었지만 내 자식에게도 읽어주었던 동화들 중에 그림형제의 작품이 많다. 개구리 왕자, 헨젤과 그레텔, 신데렐라, 브레멘 음악대, 백설공주, 열두 왕자 등과 같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동화를 수집하고 알린 '그림형제' 그들은 자신들의 고국인 독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림형제는 옛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 민담, 신화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모아 책을 펴낸다. 지금 내 손에 있는 '그림형제 동화전집'은 총 210편 그들이 모은 작품이 담겨진 책이다. 솔직히 너무나 익숙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아는 이야기지만 동화를 종종 읽는 나로서는 아는 이야기는 재밌고 생소하고 이런 동화가 있었나 싶은 짧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새롭고 흥미롭게 느끼져 즐겁게 읽게 된다.


그림형제의 작품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가 아니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란 말이 맞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전혀 친절하지 않다.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본래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들이 가진 이기심, 탐욕, 어리석음, 배신, 사랑, 우애 등의 다양한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어 동화책이 주는 따뜻한 감정보다는 어둡고 암울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실 잣기를 싫어하는 게으른 여자가 어머니에게 혼나고 큰소리로 울다가 이 소리를 들은 왕비가 어머니가 하는 말만 듣고 여자를 자신의 성으로 데리고 간다. 실 잣기를 싫어하는 여자의 울음소리를 들은 이상한 세 여자의 방문으로 실 잣기 싫어하던 여자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일을 하지 않게 된 이야기 '실 잣는 여자들'은 솔직히 어떤 교훈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여자가 이상한 모습의 세 여자와의 약속을 잘 지켜 자신이 싫어하던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다. 약속을 잘 지키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 정도를 할 수 있을까 싶다.


분홍꽃... 아이를 너무나 갖고 싶어 한 왕비의 정성이 이루어져 아들을 갖게 되지만 왕비의 아들이 가진 능력을 알고 있는 늙은 요리사에 의해 아들은 납치되고 왕비는 살해범이란 누명을 쓰고 탑에 갇히게 된다. 늙은 요리사의 뜻에 따라 동무처럼 지낼 여자를 만들어냈지만 요리사는 아가씨로 하여 살고 싶으면 왕자를 죽이라고 말한다. 아가씨의 기지로 왕자는 살고 왕자에 의해 늙은 요리사는 푸들 강아지로 변한다. 어머니가 보고 싶은 왕자는 아가씨를 분홍꽃으로 만들어 푸들로 변한 요리사를 데리고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으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전부 만났지만 왕비가 사흘 만에 죽자 왕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만다. 왕자와 분홍꽃으로 변했던 아가씨는 결혼하였으며 어디에 사는지는 모른다는 말로 이야기가 끝난다.


읽으며 어이가 없었던 이야기 '기쁨도 함께, 슬픔도 함께'... 폭력을 휘두르는 재단사와 이를 견디지 못한 신앙심 깊고 근면성실한 아내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의 어이없는 변명이 들어간 이야기다. 자신이 행사하는 폭력이 아내에게 상처를 입히면 자신에게는 기쁨이 되지만 아내에게는 슬픔이 되고, 폭력이 어긋났을 때 자신은 슬프지만 아내는 기쁘다는 괴변을 늘어놓는 재단사가 벌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런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기 때문에 동화라고만 생각하며 읽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는 그 나름의 재미로 모르는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와 만나는 즐거움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책의 앞부분에 담겨진 아서 래컴의 컬러 삽화와 다른 삽화가들의 그림은 해당 도서에 대한 상상력을 돋우는 것은 물론이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삽화가 조금 더 많이 들어갔더라면 하는 생각과 엄청난 분량을 담고 있는 책이다 보니 딱딱한 커버의 표지로 만들어진 하드커버, 양장본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허나 동화책이 주는 재미는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요즘은 기존의 작품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작품들이 많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기존의 작품을 새롭게 각색하여 탄생한 책, 영화, 뮤지컬 등에 관심이 많은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래동화나, 민담, 신화를 각색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이 적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래동화와 작가들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새로운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나왔으며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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