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용접공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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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거친 느낌의 그래픽노블은 순정만화에 익숙한 나에게는 조금은 힘든 만화다. 그럼에도 그래픽노블에 끌리는 것은 힘과 스토리의 재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그래픽노블은 미국의 천재 그래픽노블 작가 크레이그 톰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담요'다. 담요를 통해 미메시스에서 출간되는 예술만화 그래픽노블을 만났기에 이번에 새로이 나온 제프 르미어의 '수중용접공'에 기대감을 안고 보았다.


서른세 살의 수중용접공 잭은 어린시절 이혼한 아버지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갖고 성장한다. 자주 만나기 힘든 아버지를 통해 바닷속 세상이 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한 잭... 아버지의 소중한 유품과도 같은 물건에 대한 자신의 행동으로 상처 받았을 아버지를 향한 잭의 마음이 그를 수중용접공이란 직업을 갖게 하고 항상 바다 속으로 잡아끈다.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지는 것은 부부간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이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다는 말이 이제는 쉽게 할 정도로 자신의 행복을 우선 순위에 두는 사람들이 많다. 부부간의 일은 부부 밖에 모른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진 부모로 인해 그들의 자식은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잭 역시 그러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버지와 아내로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한 번씩 만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잭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술만 마시면 변화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였던 잭의 어머니는 분명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불안정한 정서를 가지고 성장한 잭이 한 여인을 만나고 그녀와의 사이에 새로운 가족을 생기지만 두 사람의 세상에 불안감을 느낀 것은 아버지의 기억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잭이 쫓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잭은 마음속에 간직한 고통을 이겨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


책을 읽으며 수중용접공이 왜 이렇게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마음속에 간직한 상실감, 고통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경우가 있다.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거리감... 마음속의 상처를 직시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에 상처와 직면하기를 꺼리게 된다. 수중용접공은 상실, 갈망과 사랑에 관한 감동적인 그래픽 노블이다. 인간의 마음속 상처를 들여다보는 따뜻한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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