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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 1 - 사라진 사람들
마이클 그랜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생각지도 못한 세계와 맞닥들이면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 먼저 생긴다. 방금 전까지 내 앞에서 활짝 웃어주던 엄마의 얼굴이.. 자신과 함께 공놀이 하던 아빠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자신이 모르던 순간이 아닌 눈 맞추고 함께 있던 어른들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공포를 넘어서는 패닉상태에 빠지는 어마어마한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이클 그랜트의 '페이즈'는 캘리포니아의 퍼디도 비치 마을에 알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아이들은 한 순간에 어른들이 사라지는 세상에 남겨진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사라지자 학생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한다. 선생님이 문을 열고 잠시 나간 것이라 믿고 싶지만 현실은 엄연히 자신들의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을 다시 확인 할 뿐이다. 영화나 공상과학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천재지변이나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갑자기 사라진 어른들... 한 순간에 사라진 어른들로 인해 아이들은 혼란에 빠진다.
이제 곧 열다섯 살을 맞게 되는 주인공 소년 샘 템플... 샘은 어리둥절한 시간도 잠시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한 탁아소의 아이들의 안전부터 확인한다. 개별적인 행동보다 함께 움직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에 평소 자신과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과 그들의 집을 방문한다. 샘은 집에서 어머니가 남긴 의문의 글과 벽장 속에 빛을 본다. 오래 전 자신이 주체하지 못해 한 행동으로 한 남자를 위험에 빠트린 빛... 친구들에게 아직은 알리고 싶지 않다. 친구들은 어느새 샘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그를 의지하기 시작한다. 샘은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여자친구 애스트리드의 네 살배기 자폐증 남동생 피트를 구하기 위해 애스트리드의 아버지가 일하시는 원자력 에너지 발전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보게 된 알 수 없는 표시... 이 표시는 분명 그들이 피트를 구하기 위해 가는 길에 마주친 학교에서 힘깨나 쓰는 학생이 말한 '아이들의 방사능 낙진 구역 페이즈, FAYZ'다. 왜 알 수 없는 커다란 장벽이 생겼으며 페이즈에 살아남은 사람은 아이들뿐이란 말인가?
항상 그렇듯 힘 있는 자가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힘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과 이것을 이용하여 어른들의 세상을 흉내 내는 소년과 소년 주위의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려고 한다. 소년은 샘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샘의 어머니는 소년이 가진 능력을 이미 사회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의 규칙을 찾아낸다. 그것은 열다섯 이상의 사람들만 사라진다는 것이다. 샘은 사라지기 직전 공포보다는 다른 감정을 더 느낀 징후를 발견하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 더불어 할아버지와 차를 타고 가다 운전하던 할아버지가 사라지며 커다란 부상을 입은 라나가 만나는 존재는 페이즈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 순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면 혼란은 말도 못할 것이다. 페이즈는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무인도에 불시착한 아이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고전 '파리대왕'의 설정을 기초로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과 유사한 고립된 장소에서 영화 '엑스맨'에 등장하는 뮤턴트 같은 초능력이 생긴 어린 주인공들이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행히 세 작품을 전부 읽거나 보았기에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어 더 흥미롭게 느끼며 읽은 책이다.
기준이 되어 줄 어른들이 사라진 세상... 그 속에 존재하는 혼란과 두려움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이 가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눈에서 잠시 멀어진 간섭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생각을 아주 잠시 한 적은 있다. 실현될 세상이 아니기에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실제로 어른들이 사라진 세상이 존재한다면 페이즈의 아이들처럼 남겨진 아이들은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잠시 상상해본다. 어머어마한 장벽이 쳐진 페이즈의 세상은 과연 어떤 이유로 만들어진 것인지... 남다른 능력을 가진 아이들과 샘... 샘을 중심으로 모여든 아이들은 페이즈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지 궁금해지며 어른들의 잔소리,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들의 상상을 그려낸 페이즈... 그곳의 다음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