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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브라이드
윌리엄 골드먼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내일을 향해 쏴라, 미저리, 스텝포토 와이프 등으로 아케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드먼의 대표작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 '프린세스 브라이드'... 솔직히 프린세스 브라이드가 어떤 영화지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어린시절 읽었던 고전 동화를 연상시키는 백마 탄 왕자님과 아름다운 공주를 연상시키는 그림에 띠지 문구가 주는 강렬함에 이끌린 책이다.
왜 이 프린세스 브라이드가 일부 소수들이 광적으로 좋아하는지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그 속에는 여자, 남자를 떠나 아름다운 여인과 이를 구하는 멋진 남자, 선한 사람들을 죽이려는 악당을 물리치려는 의로운 사람들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담겨져 있어 지금처럼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SF영화들 틈바구니에 고전적인 모험담의 형식을 취한 이야기가 어릴 적 꿈꾸었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서문이 엄청 긴데다 일반적인 스토리 시작과도 다르다. 무엇보다 '나'란 인물 윌리엄 골드먼은 열 살배기 손자에게 놀라운 경험을 해주기 위해서 사이먼 모겐스턴의 소설 '프린세스 브라이드'의 배경이 된 유럽의 도시국가 플로린을 방문한다. 여기서 나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스릴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플로린 출신의 스티븐 킹의 편지가 미리 도착하지 않아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들어 있다.
나는 폐렴으로 기력이 많이 떨어진 어느 날 평소와 달리 프린세스 브라이드의 배경이 된 나라 플로린 출신의 아버지가 한 권의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나는 그 전까지는 전혀 책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평소에 게임과 스포츠를 즐겼지만 처음으로 빠져 든 책 '프린세스 브라이드'... 여주인공 버터컵은 또래 소녀들과는 달리 말 타기를 즐긴다.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버터컵을 마을 소녀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은 이성에 대한 감정에 눈뜨지 못했기에 지나쳤던 소소한 것들이 다른 소녀들 눈에는 자신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소년 웨슬리와 항상 붙어 지내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버터컵에게 의식에 변화를 가진 계기가 생긴다. 어느 날 나타난 백작부인이 웨슬리에게 관심을 두자 버터컵은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웨슬리가 원하는 여성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허나 버터컵의 고백은 웨슬리로 하여금 더 나은 세상으로 떠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 머나 먼 땅 미국으로 향하지만 악명 높은 해적에게 그만 죽임을 당한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거란 결심을 한 버터컵이지만 그녀의 미모에 반한 왕자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왕실의 신부 수업을 받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지만 왕자와의 결혼에 이끌러가는 버터컵.. 누군가 버터컵이 왕비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낯선 남자들에 의해 버터컵이 납치를 당하는데...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를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아들.. 그는 복수를 위해 육손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 피나게 노력하지만 가면의 쓴 남자와 마주쳐 위기에 처한다. 이 가면의 쓴 남자는 버터컵을 납치한 인물들과 대결을 통해 그녀를 구하지만 자신을 죽일 거라고 오해한 버터컵은 왕자가 자신을 구하려고 온 배를 보고 남자를 폭포로 밀어버리는데... 그가 가면을 벗으면서 버터컵은...
버터컵을 둘러싼 모험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란 인물을 둘러싼 이야기가 모험담 곳곳에 양념처럼 담겨져 있다. 자신이 읽은 프린세스 브라이드의 이야기를 줄이고 늘리는 방식을 통해 아들, 손자에게 흥미를 갖게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배우도 등장한다. 그가 나란 인물의 아들의 신체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은 스토리가 온전히 끝나고 역자후기를 통해 들어나는 사실이다. 여태 믿고서 읽었는데 아니 전부.. 스릴러 소설이 아니고 판타지 소설이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소설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또 다른 재미로 느껴진다. 고전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요즘 많이 리메이크 되는 고전동화의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면서 영화를 보지 않아도 소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게 되는 책이다. 버터컵, 웨슬리 캐릭터도 좋지만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딸로 인해 죽음을 맞는 페직, 이니고, 백작, 왕자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나와 책에 느낀 흥미로움이 영화를 통해 더 잘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하게 만든다. 특히나 죽음의 동물원을 나오기 위해 벌이는 사투, 폭포 밑으로 떨어진 주인공들이 불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사투는 다른 장면들보다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란 생각이 들기에 영화가 궁금해진다. 고전이 주는 재미를 또 한 번 느끼게 해주는 프린세스 브라이드... 환상과 모험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 판타지를 만난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