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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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앵커 백지연... 젊은 여성들이 멘토로 삼고 있는 그녀가 소설  <물구나무>를 발표했다. 솔직히 에세이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소설이라 조금 의아스럽게 생각을 했고 백지연 씨의 소설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도 생겼다. 왜 물구나무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고등학교 3년을 단짝처럼 붙어 다닌 여섯 명의 친구들을 맺어준 계기다.


전문적인 인터뷰어로 활발하게 살아가고 있는 백민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락을 끊고 살았던 여섯 명의 단짝친구들 중 한 명인 수경이에게 연락이 온다. 수경의 연락을 받고 연락을 끊고 지낸 친구들을 떠올리는 민수... 사실 지금이라면 쿨하게 그럴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사소하다면 충분히 사소한 사건으로 다섯 명의 친구들과 인연을 끊어버린 민수다. 원인은 민수가 대학에 합격하자 민수를 축하해주기 위해 언니랑 외출을 한 날 발생한다. 언니랑 떡볶이를 먹고 난 후 유명한 파르페 집에 갔다가 자신을 쏙 빼고 다섯 명만 모여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나 상해 연락을 끊어버리고 지낸지 27년이 흘러버렸다. 갑자기 연락을 해 만나자는 수경에게 거절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수락하고 만다. 꿈 많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마흔여섯 살의 친구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증이 생긴 마음도 한몫 했다.


"이게 세컨드 와인인데 이상하게도 팔머보다 더 무거워. 그래서 난 이 알터 예고를 마실 때마다 와인이 어째 우리 인생하고 비슷하구나. 감탄하곤 해. 또 다른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는게 그렇게 무서운 것 아니겠니?"  -p69-


세상의 눈으로 보면 수경의 삶은 성공한 인생처럼 보인다. 허나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수경을 통해서 친구들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 중 너무나 유명한 의사 집안의 자녀였던 하정이가 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죽음의 원인을 알기 위해 조사 중이라는 엄청난 이야기에 민수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수경 역시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너무나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민수는 하정의 소식을 듣게 되면서 수경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자신 역시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 여자를 위하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에는 남자란 것을 내세우며 아내의 능력을 막았던 남편과 이혼하여 싱글맘으로 딸을 키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승미... 그 옛날 얼굴에 난 상처의 숨은 진실과 아버지와의 화해를 듣게 된다. 누구보다 자상하고 착실한 남편과 살고 있다고 믿고 있는 문희.... 그녀는 자신을 사랑으로 아꼈던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고3때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알게 되지만 그 이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을 배우고 살고 있다. 민수는 뤽 베송 감독을 취재할 기회를 얻게 된다. 파리를 가는 이유 중 일도 있지만 그나마 연락을 하며 지냈던 파리에 거주하는 미연을 만나러 갈 기회를 갖고 싶다.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의 의도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있다. 누구보다 똑 소리나다는 말을 들었던 수경이나 조금 건방진 듯 보였지만 너무나 대단한 언니를 두었기에 제대로 기 한 번 펴지 못하고 살다가 겨우 행복이란 것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도 허상이었던 하정의 모습이 자꾸만 뇌리에 남아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자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민수와 승미 역시 따지고 보면 가족 그것도 너무나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인해 깊은 아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책장이 술술 너무나 잘 넘어간다. 백지연 씨의 첫 소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중년의 여자들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잘 하고 성실하면 분명 미래는 장밋빛으로 밝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배신을 감추고 있는 우리 현실 속 모습이 백지연 씨의 손에 의해 물구나무 안에 잘 담겨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물구나무를 서 본 적은 없다. 체력장 시간에 철봉에 매달려 본의 아니게 물구나무를 했던 적은 있지만 크고나서 헬스장에 다니면서 기구를 이용한 물구나무를 제외하고는 혼자 스스로 해볼 수 없는 자세다. 민수의 말처럼 "물구나무서기처럼 삶은 위와 아래가 뒤바뀌는 거지.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로 두렵기도 한 것이 인생이지.” 위와 아래가 뒤바낀 세상은 두렵다. 재미는 글쎄.. 두렵고 무섭지만 그러기에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든다.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뒤바뀐 물구나무와 같은 것...


"불행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매번 속는 거야. 똑똑한 사람들이 의외의 일을 당하곤 하잖아. 불행이란 놈이 간교한 거지. 만약 불행이 불행 그대로의 괴물 같은 모습으로 다가선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멍청하게 있다가 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 아냐? 적어도 도망가려는 시도라도 해볼 테니까."      -p145-


"혹시 부모가 자식이 잘 뿌리내리고 피어나고 열매 맺을 수 있는 모양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자식들이 잘 안되는 건 아니란다. 토양도 중요하지만 어떤 씨앗이냐도 중요한 거거든. --- 왜 좀 더 따사로운 아버질 만나지 못했나 싶지. '부모가 반팔자'라는 건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네 스스로의 역할이 크다는 말일 수도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 필자의 '반'이어서 말이야. 전부면 어쩔 뻔했어. ㅎㅎㅎ."   -p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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