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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백작부인
레베카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의 6대 살인마>에 5위에 기록되어 있는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는 당시 헝가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마녀로 몰려 억울하게 죽은 여인인지 아님 600여명의 젊은 여성을 살해하고 그 피를 마시거나 아니면 그 피로 목욕을 한 것으로 아름다운 젊음이 유지된다고 믿었던 엽기적인 살인마인지 정확한 것은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를 세계 6대 살인마에 들어갔을 정도로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3위에 오른 창녀들을 죽인 '잭 더 리퍼'와 드라큘라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15세기 루마니아 역사의 영웅이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잔인한 방법을 사용한 가시공 블라드도 속해 있다.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의 수수께끼 같은 인생을 담은 이야기가 문학수첩에서 <피의 백작부인>으로 독자들 앞에 나타난다. 사실 며칠 전에 mbc 서프라이즈를 통해 바토리 백작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에 더욱 관심을 가진 책이다. 그녀를 둘러싼 온갖 루머와 죽음을 다루며 이 여인에 대한 의문이 사실은 바토리 백작부인의 사촌 오빠이자 당시 헝가리 국왕이었던 마티아스가 꾸민 짓이라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갖게 한다. 전쟁 자금으로 엄청난 돈을 빌려가고 더 빌리기를 원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에 분개하며 그녀에게 돈을 갚지 않고 바토리 백작부인의 재산을 뺏을 수 있는 수단으로 그녀를 마녀로 몰고 간다. 거짓 증인과 증거인 일기장을 만들어 죽음으로 몰고 간 이야기에 많이 놀라고 지금 시대에 바토리 부인이 태어났다면 그녀의 결단력과 지적 호기심 등을 고려할때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1611년 새해 첫 날 많은 젊은 여성들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되는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그녀는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썼으며 아들만은 온전히 진실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인 페렌츠에게 시집오기 전 친정에서 지냈던 어린시절의 자신의 모습부터 상세히 기록한다.
친정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게 되고, 좀 더 어머니와 오빠,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었지만 바토리 백작부인은 미리 시댁에 들어가 생활하며 페렌츠와의 결혼을 기다리며 지내게 된다. 자신을 무시하는 하녀들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그 옛날 아버지가 보인 영주로서의 당당함과 잔혹한 행동을 보았기에 바토리 부인은 주저함이 없이 행동한다. 이제 겨우 십대 중반인 에르제베트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페렌츠로 인해 상처를 입는다. 헌데 페렌츠 대신 항상 에르제베트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남자의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응하고 만다. 다행히 이때는 페렌츠에게 강한 애정을 가진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이기에 그녀는 친정 엄마의 도움으로 여인으로서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이별을 경험한다. 집시의 손에 자신의 분신을 떠나보내고 그녀는 체이테로 돌아온다. 바토리 백작부인은 사람들에게 은혜도 베풀지만 그들이 도를 넘으며 잔혹하도록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한다. 남편 페렌츠는 에르제베트의 이런 모습에 치를 떠는 대신에 안주인으로서의 위엄을 보고 그녀를 인정한다. 여기에 그동안 그가 자신을 멀리한 이유를 알게 되며 비로소 남편의 사랑을 얻는다. 이후로 그녀는 집안의 절대적인 권리를 더욱 확고히 하며 도를 넘었다고 여긴 하녀를 벌을 주다 죽음에 이르게 되었어도 눈썹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냉혹한 행동에 젊은 여인의 피를 마시고 목욕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믿었다. 페렌츠까지 알았을 정도로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알기에 새로운 희망을 꿈꾸었지만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오고 에르제베트는 상처를 입는다. 그녀의 깊은 외로움과 상처는 그녀를 더욱 냉혹한 여자로 만들어 버린다.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라는 말로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드라큘라의 모델 중 한 명이 될 만큼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곁에는 피가 낭자했다. 잔혹하리만큼 냉혹한 그녀의 강한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힘을 가진 오스만 제국과 신성로마제국, 트란실바니아와 헝가리 독립 왕국을 지지하는 영주들 등이 복잡하게 얽힌 시대 상황을 고려할때 바토리 백작부인의 죽음은 분명 의문이 남는다.
차갑고 냉혹하지만 누구보다 매력적인 강한 여인 에르제베트 바토리 백작부인.. 16세기 헝가리의 모습이 만날 수 있도록 상세하게 묘사된 것으로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읽어서 더욱 재밌게 읽었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바토리 백작부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