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대형신인작가의 출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이 느낌은 뭐지 하는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머리에 남는 여운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 '라면의 황제' 저자 김희선 작가가 가진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제대로 살아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이야기 페르시아 양탄자 흥망사... 아버지처럼 세탁소를 운영하는 세 아들 중 막내아들이 아버지의 세탁소에 오래 전 누군가의 보좌관이 맡긴 페르시아 양탄자의 진품여부를 의뢰한다. 소설과도 같은 사연 속 페르시아 카페트 조사를 맡은 <이제는 말할 수밖에>의 촬영 팀이 이란을 찾는다. 카페트를 통해 이란의 복잡한 정세와 한 집안의 흥망사... 헌데 페르시아 양탄자의 진품가품의 진실은...
TV 진기명기쇼에 출연할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아이큐를 보유한 소년이 나사에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소련인을 통해 무의식 요법에 대해 듣게 된다. 천재소년의 책이 금서가 되고 사라진 그가 주식시장의 제일 큰손으로 자리한 이야기를 다룬 교육의 탄생,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진 라면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가족이 너무나 좋아하는 라면이 사라진다니 그것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웰빙을 외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싶지만 라면의 황제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우리나라 밥통과 라면, 영양을 따지는 시대와 맞물러 라면이 사라지게 된다. 라면에 관한 책 한 권으로 촉발된 기네스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30세부터 27년간 라면만을 먹은 남자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다룬 라면의 황제, 강원도 W시에 거대 건물이 세워진다. 건축물 이름을 가진 한 남자가 자신의 어린시절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간 도서관에서 마주한 한 권의 책이 발단이 되어 인간 복제에 관심을 가진다. 갑자기 사라진 그와 함께 떠난 소녀는 누구인지.. 그이 실험이 성공을 거두며 그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소녀와의 모습이 인상적인 2098 스페이스 오디세이, W시에 나타난 비행접시로 인해 처음에 가졌던 두려움, 혼란이 며칠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비행접시에서 쏟아지는 종이.. 비행접시와 외계인을 둘러싼 W시와의 모종의 협약이 사실 여부를 떠나 생계에 위협을 느낀 사람들의 반응을 다룬 지상 최대의 쇼, 요즘 고병원성 AI로 인해 매몰되고 있는 가축들에 대한 뉴스를 종종 본다.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생각보다 치명적인 질병을 인간에게 남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할 질병인데 개들의 사생활에서는 사이코패스라고 말하는 나란 인물이 부모님이 키우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은 강아지들이 인간의 뇌에 칩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런 생각을 만든 원인에는 강아지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그의 안타까운 현실이 범죄를 꿈꾸게 한 원인으로 솔직히 다른 이야기보다 마음이 아프게 느껴진 이야기다. 어느 멋진 날은 거리를 걷던 파키스탄 남성의 죽음 안에는 숨겨진 음모가 있다.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남성과 식물인간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대비되어 지금도 대립하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모습이 연상이 되는 이야기다. 한국인의 피가 아주 조금 흐르는 멕시코 인이 W시에 오게 되고 그가 채식열풍을 타고 새로운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개발품은 사실 우리도 현재 먹고 있는 유전자 변형돌이와 같다. 당장 해로운 점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식량 개발을 둘러싼 무서움을 다룬 경이로운 도시, 크루즈 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해 제철소 담장을 넘은 여섯 남자와 W시의 한 남자가 농기구를 든 사연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취재를 나선 기자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하면서 떠나는데... 도시나 시골이나 작은 상권까지 집어 먹는 대형마트로 인해 작은 상인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남자의 행동에는 분명 모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약한 사람들의 아픈 현실이 보이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까지 묵직한 역사적 사건과 교묘하게 어울린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다.
SF소설이 가진 기발한 상상과 황당함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 속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이 담겨 있다. 남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김희선 작가.. 저자의 무한애정이 느껴지는 강원도의 W시와 라면... 아무래도 겨울이 가기 전에 강원도에 가서 싱싱한 회를 먹은 후 매운탕에 라면을 넣어 먹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