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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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1%의 우정'의 감독 올리비에르 니카체가 연출했다는 글을 보면서 선택한 '웰컴, 삼바'...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외국의 이주노동자들을 떠올려 볼 때 마냥 그들의 삶에 모른체할 수 없다.


주인공 삼바는 이름조차도 생소한 나라 아프리카 말리 태생의 남자다. 가족과 자신을 위해 고난, 어려움을 뚫고서 프랑스에 도착했다. 이미 프랑스에서 나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었던 삼촌을 찾은 프랑스 생활은 그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십년 하고도 5개월을 더 프랑스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프랑스 국민이 아닌 이방인일 뿐이다. 임시 체류 허가증을 연장하기 위해 방문한 파리 경찰청을 찾았다가 날짜가 지났다는 이유로 자발적 귀환을 명받는다. 임시 체류 허가증이지만 프랑스 국민으로 성실히 살았다고 자부하는 삼바는 부당한 조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푸라기 잡고 싶은 마음에  불법 체류자 보호단체인 '시마드'를 찾고 그곳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정치적 성향이 좌파가 확실한 여성)를 만나게 된다. 나는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개인적인 일까지 삼바를 만나면서 조금씩 풀어놓을 정도로 삼바와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여장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임신 보호소 벵센에서 조나스라 남자를 만나 그가 프랑스로 오기까지 커다란 원동력이 된 여인에 대해 듣게 된다. 짧은 만남 뒤 헤어지지만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늘 삼바의 머리에 남아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삼바, 남미계 남자를 통해 조나스가 꿈에도 그리던 여인을 만난다. 만남이 익숙해지면서 삼바와 여인은 서로가 가진 고통스런 부분을 서서히 말하기 시작한다.


정상적으로 돈을 벌 수 없고 가족들을 보러 갈 수 없기에 삼촌이 내건 제안을 수용하거나, 직업을 갖기 위해 슬쩍 도둑질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하는 삼바.. 허나 삼바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여기에 조나스가 나오고 그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것을 알게 되는데...


자국민을 먼저 보호하려는 나라들의 정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경제가 오랜 시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이방인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리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온 타국의 노동자.. 특히 동남아시아의 노동자들에 대해 인격적으로 함부로 대하는 사례를 흔히 보게 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 역시 그와 비슷한 대접을 타국에서 받았는데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삼바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 인정받고 떳떳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이 용납이 안 되기에 불법적인 방법을 취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애틋하게 생각하는 인물에게 커다란 상처? 아니 이미 지난 연인과 자신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느껴 이런 감정이 소멸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대상이 눈감아 주었기에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는 삼바다. 사실 이 방법이 옳다고 볼 수 없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현재 프랑스는 강경한 이주민 추방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외국인이 프랑스 시민권을 얻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희망을 품고 온 프랑스지만 프랑스의 삶은 삼바의 생각과는 다르게 제대로 숨을 쉬면서 사람답게 살기에는 너무나 벽이 높다.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시민단체 '시마드Cimade'란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며 프랑스 사회의 한 단면인 이주민 문제를 신중하고 무게감 있는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도 좋았지만 영화는 책처럼 무겁고 침울하게 그려졌는지 아님 조금 더 밝게 만들어졌는지 직접 만나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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