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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꼽자면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도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을 만큼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 불과다. 사랑의 모습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자식과 부모, 형제나 자매, 친구 등등 다양한 모습 중에서도 남녀의 사랑은 가장 에로스적이고 가장 열정적이다. 사랑이란 게 한 쪽의 일방적인 모습은 사랑이 아니다. 양쪽 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을 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쪽의 사랑이 지나쳐서 겪게 되는 불행은 책,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영원히 사랑해'는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작품이다. 이름이 낯설고 생소한데 저자가 법원통신원으로 17년간을 일하면서 취재했던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로맨스와 스릴러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영원히 사랑해'는 읽을수록 기욤 뮈소를 살짝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든다.
유디트는 부활절 주말을 앞두고 치즈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을 찾았다가 많은 인파로 인한 한 남자에게 발을 밟히고 만다. 세련된 사람들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와 다른 모습의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바나나... 일명 바나나맨이라 칭했던 남자를 연휴가 끝난 후 할아버지에게서 물러 받은 조명가게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일부러 찾아와 사과를 하는 바나나맨... 헌데 그는 유디트의 행동반경 안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바나나맨 아닌 남자는 건축설계 일을 하는 마흔두 살의 독신남으로 이름은 한네스다.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행동을 보여주는 한네스로 인해 유디트의 마음도 서서히 그를 향해 열린다. 그와의 만남에 익숙해지고 그가 보여주는 애정에 익숙해지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네스가 보여주는 과도한 애정이 유디트의 마음에 버겁게 다가온다. 우리 같으면 호강에 겨워서 복을 찼다고 할 수 있다. 유디트는 한네스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갖기 위해 결별을 선언하는데... 허나 한네스는 이런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가족, 친구들 주위를 맴돈다.
자신은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유디트의 경우가 그러하다. 가족, 친구들, 지인들조차도 유디트가 한네스를 거부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한네스가 보여주는 헌신, 열정, 무한애정을 받아들이고 그와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사랑의 모습 속에 감추어진 어두운 일면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이 된다.
점점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유디트는 결국 정신병원을 찾게 된다. 약을 통해 자신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점점 더 혼란만 가증될 뿐이다. 그녀로 인해 조명가게 역시 힘들어진다. 다행히 의문의 고객이 큰 금액을 주고 상들리에를 구입해주는데... 종업원이 기필코 알아낸 고객의 이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지레짐작하던 반전은 아니지만 물흐릇 자연스럽게 들어나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 모든 진실 속에는 인간의 욕망, 소유욕, 집착이 가진 무섭고 섬뜩한 모습이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현실 속에는 이와는 같지 않겠지만 비슷한 형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서 간혹 나올 때가 있다. 그 이면에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집착, 스토커적인 행동이 얼마나 사람을 공포 속으로 밀어 넣는지 충분히 느끼게 된다.
학창시절과 이십대에는 세상에 평생 나만을 좋아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은 아닐지라도 근사한 남자가 있을 거란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랑도 변화고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한 사람을 향한 사랑만을 간직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이 그 어떤 가치보다 남녀 사이에서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