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범
권리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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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상상을 했다고 범죄자가 되는 디스토피아 미래가 존재한다니... 기존의 소설에서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는 많이 보아왔다.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거나, 우주 저 너머 생명체에 의해 지구가 지배를 당하거나, 아님 인간들 스스로 전쟁과 식량부족 등을 이유로 인한 어둡고 암울한 세상 등등 참으로 많은 디스토피아 세계가 존재했지만 권리 작가의 '상상범'은  2322년의 미래가 무대로 환태평양에 발생한 대규모 지각 변동으로 생긴 초대륙에 세워진 사회가 URAZIL이다. 이름도 참 우라질 이라니... 이 작가의 남다른 작명에 책의 초반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URAZIL은 연합정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숫자는 인간을 안전하게 한다.'는 표어를 내건  URAZIL...  URAZIL을 이끄는 유일한 흑자 기업 로텍은 거대 교도소 체인 기업이다. 죄를 사고 형(形)을 파는 범죄의 백화점이다. 작년 2321년에 '범죄완화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키며 국민 모두를 범죄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공약은 기업 로텍에 사실상 연합공화국  URAZIL은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라 로텍파 의원들에 의해 반대에 부딪힌다. 사실 살인 이하의 죄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하는 안이 통과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살인을 해도 증명되지 않는다면 범죄자가 아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렇듯 모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없게 이 법이 실효화되면서 범죄자가 줄어들고 연합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실정이다.


차츰  URAZIL이 안정을 찾아가지만 교도소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던 기업 로텍은 심한 타격을 받는다. 새로운 이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법이 로텍법이 만들어지는데 범죄를 원천봉쇄 한다는 이름아래 상상은 범죄 행위란 말도 안 되는 법안이 통과된다. 이 법은 열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인 연쇄살인마를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며 연쇄살인마의 정체는 이 법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상이 금지된 사회  URAZIL... 연극배우 기요철은 자꾸만 틀리는 상대 여배우로 인해 짜증이 난다. 그녀에게 질린 요철은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으로 상대여배우는 포효하게 만들어버린다. 공연은 엉망이 되고 무대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평소 자신의 꿈과는 다른 방향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요철.. 간단히 도망을 친 그는 새로운 공연장을 찾아 오아시스 마을로 간다.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간 그는 가방 속에 담겨진 형사법 위반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발견하지만 요철의 머릿속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열망만이 가득 차있다. 그의 운명의 상대.. 아니 요철과 비슷한 호르몬 구조를 가진 여자를 찾기 원하고 한 명 발견한다. 오아시스 마을에서 지낸지 한 달이 된 어느 날 요철은 카페 여자화장실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과 같은 여인을 보게 되고 그녀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는데.. 이런 급박한 와중에도 요철의 머리속에는 상대 여성과의 은밀하고 자극적인 상상이 꽉 차 있다.


상상이 곧 현실이 되어 상대방과 함께 공유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무섭고 두렵다. 상상이 죄가 되어 교도소에 갇히는 요철과 요철의 모습이 자꾸만 꿈속에 등장하는 율리.. 여기에 전처들의 아이들을 이유로 내세워 교도소장에 취임하는 남자와의 이상한 연결고리...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율리가 선택한 방법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이라도 모든 연결 고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무섭다. 아니 상상을 범죄로 인정하는 미래가 존재하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오는 좌절감, 허탈함 등을 상상으로나마 채우면서 힘을 내고 있는 현실이 암울해질 거 같다. 여자보다는 자극적인 상상을 많이 하는 남자들에게 있어 상상범은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법이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세상은 늘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더 많이 갖는 것에는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허나 모든 것을 넘어서는 그릇된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개인, 가족 때문이라면 문제가 있다. 상상의 자유까지 금지당한 미래사회... 상상을 통해 인간에게 이로운 것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났지만 앞으로의 사회는 상상으로 인해 어두운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면...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상상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보니 솔직히 두렵다.


우리는 상상은 자유라고 말한다. 허나 상상범 속의 세계에서는 상상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다. URAZIL이란 사회가 정한 규범 안에는 개인의 상상마저도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실정은 달리 보면 자유를 억압한다는 말과 상통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상범'은 상상이 범죄가 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상상이 주는 범죄로 인해 궁지로 몰린 사람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아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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