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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여행, 여행 - 풍경, 사람, 기억에 관한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
고현정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12월
평점 :
피부 미인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른 배우 고현정... 마흔을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20대의 젊은 피부를 가진 그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고현정이란 이름이 가진 브랜드 가치는 크다. 예쁜 얼굴에 꿀피부,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 당차고 야무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가 결혼과 함께 잠시 브라운관을 떠나 있다가 이혼으로 다시 복귀하였다. 8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녀의 연기력은 세월의 깊이만큼 넓고 깊어져 있어 대중들은 고현정이란 배우에게 신뢰감을 갖는다.
고현정은 연기 생활을 빼고는 집 밖으로의 외출을 극도로 피한 그녀에게 떠도는 온갖 종류의 소문들...그녀 스스로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해명이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으며 여행을 떠올린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세소코 마사유키의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을 접하고 오키나와에 이끌려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저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의 저자 세소코 씨는 안정적인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오키나와에 자리를 잡는다.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나누며 살고 싶어 가게를 연다. 세소코 씨의 책 속에 담아낸 오키나와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현정 씨의 마음을 움직였듯이 우리들의 마음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의 저자와 들어선 카페에서 귀에 익은 한국말을 듣게 된다. 3명의 여성이 여행을 온 것인데 고현정보다 책의 저자 세소코 마사유키 씨에게 더 큰 반응을 보여 고현정 씨는 이를 살짝 유머 섞인 말로 진진하게 했더니 여행객 3명은 고현정과 같이 사진 찍고 싶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상대 여성분들이 오해를 해서 그냥 가버린 이야기를 보며 이런 모습으로 인해 고현정 씨를 우리는 도도하다고 오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이들의 모습에 미안해하고 있던 고현정 씨는 다음에 빵집에서 만난 젊은 아가씨에게는 친절한 말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젊은 아가씨 역시 고현정보다는 세소코 씨에게 더 큰 반응을 보인다. 허나 이전에 한 번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여행객을 만났기에 친절하게 다가가고 쿨하게 아가씨와 사진도 찍어준다. 여기에 자신의 책이 나오면 보내준다고 연락처까지 받는 모습에... 고현정 씨의 시원스런 성격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오키나와를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다. 일명 뜬다는 맛집이나 풍경을 따라가는 것은 답습이고, 특별히 자신만의 기록을 남가지 않는다면 지루할 뿐더러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기만족이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백하건대 세상을 다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나에게 진기하거나 신기한 것도 별로 없다. 다만 그의 책에서 끌렀던 건 책을 만든 사람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그가 바라본 인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그리고 그 속에서 묻어나는 삶의 방식이었다. -p104-
고현정은 농담을 받을 수 있는 유머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이미 방송을 통해 여러 번 조인성, 천정명에 대한 애정을 들어낸 봐 있다. 천정명은 나이보다 순진함이 느껴지는 대답을 하지만 조인성 씨는 다르다. 고현정의 농담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한다. 그래서인지 조인성이 앞으로 더 크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후배로서 조인성을 아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조인성씨 뿐만 아니라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 여배우로서의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와 생각,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책 등에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어 고현정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한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지금 맞게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점검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40대 초반을 지나 새롭게 겪고 있는 인생의 사춘기, 어떤 답을 찾아서 돌아가게 될는지, 지금은 나도 모른다. 어쩌면 가서 더 큰 혼란을 빠져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도 하나하나 풀어갈 수 있다고 마음으로 말해주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어서, 예전처럼 걱정이 되지 않으니. 됐다. -p161-
오키나와의 모습이 상업적으로 변화기 전의 제주도를 떠올리게 한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 정갈하고 깔끔한 군침을 돌게 하는 음식들은 왜 이리 많은지... 겨울만 되면 추위로 인해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하는데 고현정로 인해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보이는 모습 그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고현정이란 강하고, 도도하며 도시적인 이미지의 배우에게 우리는 콧대 높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오직하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그녀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라고 토로한다. 고현정씨는 말한다. 자신을 아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 앞에 있으면 자신이 무장해제 된다고... 누구나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허나 좋은 사람이란 이미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치고 버거워진다. 상대방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와 센스, 눈치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고현정의 바람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나는 사람들을 대할 때 배려, 센스를 가지고 대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고현정이 느낀 그대로 오키나와로 떠나면 나도 느낄 수 있을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오키나와로의 여행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