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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ㅣ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돈 무척이나 중요하다. 행복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사회는 심각할 정도로 돈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얼마 전에도 뉴스를 통해 은행 직원이 거액을 횡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룻밤에 몇 천만 원씩의 돈을 술집에서 탕진하며 펑펑 썼다는 뉴스에 할 말이 없었다. 이외에도 여러 사건을 통해서 거액을 횡령하여 물 쓰듯 돈을 쓴 사건은 어렵지 않게 접한다. 돈을 다루기에 다른 사람의 돈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돈을 주는 쾌감에 빠져 거액을 횡령하여 온갖 사치품을 사고 유흥비로 쓰는 일은 심심치 않게 나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종이달'의 주인공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한 우메자와 리카는 마흔한 살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지만 집안을 가꾸며 남편 뒷바라지 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던 여자가 요리학원에서 만난 주조 아키의 말에 자극을 받아 은행에서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새롭게 시작한 나이 많은 부유층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녀의 기분을 깨트리는 남편이 툭툭 던지는 말에 기운도 빠지고 남편과의 삶에 회의를 갖게 한다.
스토리는 리카가 주로 이끌어가지만 1억 엔이나 되는 거금 횡령사건으로 해외로 도망간 리카의 이야기가 대중매체를 통해서 알려지자 리카를 기억하는 3명의 인물이 3인칭 시점으로 자신들의 모습에서 리카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부자인 고객의 손자인 대학생 고타를 만나 순수한 마음으로 그를 도와주고 싶어 문서위조 범죄를 저지르며 점차 돈이 주는 쾌감에 빠져드는 리카의 모습이 아무리 좋게 보아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녀가 저지른 고타와의 관계, 문서위조를 통해 거금 횡령한 부분에는 공감은 아니더라도 그녀와 남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부부란 것이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다. 리카는 사랑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남성우월주의를 가진 남편이 은연중에 한 번씩 내비치는 행동, 말 속에 리카는 상처받고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된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가 걸리지 않게 점차 대담해지게 된 것이 큰 문제다. 리카의 옛남자친구는 자신과 결혼하기 전까지 부유하게 자랐다는 아내를 두고 있다. 아내가 자녀를 위하는 행동은 우리나라 부모님들과 모습은 달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은 힘들어도 최고로 해주고 싶은 마음, 이해가 되지만 공감은 안 된다. 동창생은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근검절약을 하기를 바란다. 사치를 하며 지내는 것도 문제지만 심한 근검절약도 문제다. 아끼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란 것이 동창생의 자녀의 행동에서 볼 수 있다. 요리학원 친구는 아이를 낳으며 우울증에 빠지고 이로 인해 돈을 과하게 쓰며 이혼을 당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돈에 물드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 온 이야기다. 요리학원 친구의 딸이 보이는 행동은 그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돈을 쓰며 느끼는 쾌감은 그 어떤 것보다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쇼핑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다행히 현실을 알기에 자제를 하게 된다.
새해 소망 중 하나가 로또 당첨이다. 그만큼 돈을 좀 많이 갖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서 살고 있다.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적지만 간혹 큰돈에 당첨된 사람들 중에는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도 꽤 있다고 나온다. 돈을 통해 즐거움을 얻지만 돈을 통해 울게도 된다. 우리네 현실에서 결코 멀어질 수 없는 돈... 돈을 통해 들어나는 사람들의 욕망이 사실감 있게 다가오는 가쿠타 미츠요의 종이달... 여성작가다 보니 여성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란 생각이 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