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비닐인형 외계인
서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파란 비닐 인형 외계인... 제목부터 독특하다. 이 작품은 서준환의 10년 전에 이미 나왔던 책이라고 한다.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내용 역시 예사롭지가 않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파란 비닐 외계인이 우리네 삶 어디선가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다른 부서와 연계된 업무로 인해 출장지에서 늦은 밤 서울로 향하던 남자는 서울로 진입하는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낯선 길로 빠져들게 된다. 길을 헤매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잠시 쉬던 남자의 눈에 도깨비불처럼 비추던 물체가 다가온다. 남자에게 길을 잃었다며 자신이 있던 곳까지 데워달라는 부탁을 한 물체는 외계인이다. 외계인은 답례로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여주겠다면 비행접시 안으로 데려간다. 그는 무엇보다 출장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내내 그의 신경을 건드렸던 턱밑 수염을 깎기를 원한다. 이후 집에 돌아 온 남자는 생활이 대한 의욕자체가 없어진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의 행동에 불만을 가진 아내는 자식을 데리고 떠나버리고 아내를 빼닮은 외계인이 그를 찾아오는데...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남자가 계속해서 수염을 깎기 위해 3중 면도날을 찾는 모습이 엉뚱하게 느껴진다. 외계인에게 받고 싶은 서비스도 면도일 정도로 자신이 원하는 면도기로 수염을 깎지 않으면 찝찝한 기분에 휩싸이는지 궁금해진다.


두 번째 이야기인 마녀의 피는 이상한 경험을 한 부부의 이야기다. 솔직히 많이 낯설기도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게 했던 이야기다. 아내가 호수공원 가로수 길을 걸어가는 쌍두마차를 목격담을 꺼내자 남편은 호수공원 근처에서 한 맹인 소녀를 만나 소녀가 건네 준 전단지 안의 지하창고가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에 있다고 말한다. 변태 성욕의 한 가지인 사도마조히즘에 빠지는 부부의 모습이 온라인 속 공간에 존재하던 일이 현실과 교묘하게 얽히면서 묘한 분위기를 가진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섬뜩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파란 비닐 인형 외계인이 저자의 실험적인 작품이란 말에 맞게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외계인이 있다 없다를 떠나 휘파람별에 존재하고 외계인은 다름 아닌 주인공 자신이라니... 지구란 별에 달고 있지만 우리 개개인 역시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외계인을 통해 사람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주 그 어느 공간에 외계인이 존재할지도 모르고 외계인이 탄 비행접시를 보았다는 증언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자신 역시도 다른 행성에서 보았을 때 외계인이다. 저자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가볍게 읽으며 외계인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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