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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나츠코 ㅣ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한 청년의 성장과정을 그린 '청춘의 문'을 통해서 알게 된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츠키 히로유키.. 사실 총 7편으로 되어 있는 청춘의 문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주인공 신스케가 고향을 떠나 도쿄로 돌아오며 겪게 되는 인생의 허무, 고뇌를 담은 4편 타락 편까지 읽었다. 완독에 대한 생각을 늘 갖고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만난 이츠키 히로유키의 신작 '사계 나츠코'... 사계절의 이름을 딴 네 명의 자매를 주인공으로 첫 편으로 둘째인 나츠코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다.
음료회사의 근무하는 나츠코에게는 연인이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 오너의 아들이다. 그는 당장이라도 나츠코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나츠코의 생각은 다르다. 얼마 전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예민한 문학소녀인 막내동생 후유코(겨울)를 찾아갔다가 여동생이 보고 싶어하는 연극을 담당의사와 함께 보러 간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주간지 카메라맨 나카가키 노보루를 만나게 되고 그는 나츠코의 뛰어난 몸매와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누드 모델 제의를 한다. 그의 제의를 받아들이기 위해 직장, 연인과도 이별을 하고 도쿄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기차 안에서 막내여동생 후유코가 좋아하는 노시인을 만나 그에게서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지키면 좋은 충고를 듣게 된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혹은 남보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돋보이는 말과 행동을 하기 쉽다. 헌데 나츠코의 경우는 처음부터 거침없고 당당함이 보여준다. 아마도 나츠코가 가진 당당함이 노시인의 마음을 사라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시인의 충고대로 자신을 인정하는 발언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녀에게 누드 제의를 한 카메라맨은 물론이고 그의 친구 케이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일본식 이름이 낯설기도 하지만 케이란 이름은 남자이름이 아닌가 싶지만 여자다. 30대의 케이...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녀에게 나츠코는 묘한 동질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당장 있을 곳이 없기에 케이의 집에서 밤을 지내며 카메라맨이 말하는 케이가 아닌 진짜 케이의 숨은 생각과 느낌을 짐작하며 그녀가 더욱 마음에 든다. 나츠코의 앞으로의 인생에 케이란 인물은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와 함께 후유코에게 들은 잊히지 않는 시의 구절처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
집에 누드 모델이 있다면 우리나라 같으면 동네 창피하다고 아무도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츠코의 가족이나 연인은 다르다. 나츠코의 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교사란 이미지 때문에 고지식하다는 느낌과 정직한 이제 곧 정년퇴직을 앞둔 나츠코의 아버지마저도 그녀의 행동에 힘을 실어준다. 가족을 뒤로 하고 다시 도쿄로 온 나츠코...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찾지만 쉽지가 않다. 자신을 위해 조금 과한 돈을 쓰던 중 유명배우의 유혹의 손길이 다가오지만 평소라면.. 아니 나츠코 자신이 먼저 배우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달라졌을 행동을 한다. 헌데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는 누드 모델로서 더 큰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당당한 나츠코와 달리 순정적인 아름다운 여인 큰 딸 하루코의 모습은 우리네 전통적인 인식을 가진 어른들이 좋아할 여인이다. 헌데 이런 여자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찾아온다. 첫 눈에 반한 사랑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할 수 있다. 변화를 겪는 과정 중에 당사자 두 사람의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하겠지만 동양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의 남성 우월주의 또는 시댁 문화가 가진 의식으로 인한 어려움이 사랑도 멀어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츠코의 언니 하루코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아픈 사람을 이유로 들어 쏟아지는 시어머니의 비난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다행히 그녀를 진심으로 위해 주는 인물이 나츠코가 안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첫 이야기는 개성 강한 매력을 지닌 누드 모델 나츠코로 시작을 하지만 이혼 위기에 처한 큰 딸 하루코(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쫓기는 아키코(가을), 그리고 막내 후유코까지 그녀들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내가 요즘 재밌게 보는 오락프로가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세쌍둥이들은 생각 것 만큼이나 성격, 성향, 개성이 다르다. 몇 분 간격으로 태어난 세쌍둥이도 이러한데 한 배에서 태어난 네 명의 자매는 얼마나 다를지... 당장 나와 네 여동생 두 명만 보아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서로 다른 만큼 그 중에는 성향이 강한 인물이 있다. 단연코 둘째다.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 중 둘째 '조'와 비슷한 성격이 아닐까 싶은 나츠코.. 매사에 열정적인 성격에 자유로운 생각과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사계 나츠코'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일본 영화계의 거장 히가시 요이치 감독이 영화로도 제작되어 세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다른 자매들도 나름의 매력이 느껴지지만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나츠코가 나오는 '사계 나츠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된다면 볼 생각이다. 그녀의 매력이 책 속에도 잘 묻어나 있는지 궁금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