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코 서점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4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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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현상을 다룬 일본 소설은 대개는 무서운 호러 미스터리가 대부분이다. 간혹 마음이 따뜻해지는 호러 미스터리를 읽으면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좋다.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인 슈카와 미나토의 '사치코 서점'은 이미 많은 독자가 읽고서 재밌다고 평한 책이라 내심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사치코 서점의 주무대는 아카시아 상점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은 쇼핑센터 같은 상점들이 모여 있는 이곳을 배경으로 총 7가지의 단편들이 담겨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면 충분히 섬뜩하고 오싹한 이야기들이지만 책을 통해서는 무섭다기 보다는 슬프고, 애잔한 감정을 들게 한다.


<수국이 필 무렵> 화자는 작가 지망생으로 글을 쓰는 남자다. 남자가 30년 전 근처에 위치한 아카시아 상점가가 마음에 들어 초봄에 이사한 남자다. 화자는 헌책방 사치코 서점과 음침한 느낌의 주인 영감의 이야기를 듣고 남자가 본 의문의 남자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범인은 항상 사건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원리처럼 그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국수집을 찾는 범인인지 알 수 없다. 그의 등장과 사라짐이 다섯 살 연상의 연인과의 평온한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여름날의 낙서> 골목대장으로 책을 좋아하고 동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형에 대한 이야기다. 놀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전봇대에 붙은 문구... 이 문구를 보고 명탐정 뺨치는 추리를 하는 형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동생을 지키고 싶은 형의 사랑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사랑의 책갈피> 주류 상점에서 일하는 여인은 학창시절 남몰라 좋아하는 남자를 너무 닮은 인물을 보고 쫓아 들어간 곳이 사치코 서점... 남자가 읽는 상당히 난해한 랭보에 관한 책에 마음을 담은 짧은 글을 적은 책갈피를 끼워 놓는다. 정기적으로 책과 서로에 대한 배려와 설렘이 들어 있다. 헌데 마지막에 들어난 사실은 영화의 소재로도 간혹 나오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여자의 마음> 폭력적인 남편이 죽으면서 벗어날 수 있어난 여인이 있다.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화자는 그녀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범상치 않다고 느낀다. 여인의 네 살배기 어린 딸이 말하는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 진실은 떠나 여인이 가진 모습이 안타깝다. 어린 딸이 있는데.. 여린 심성을 가진 여인이라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좀... 이 모녀 아니 어린 딸은 <마른 잎 천사>에 다시 등장한다.


<빛나는 고양이> 1970년에 스물 한 살의 나이에 만화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남자... 그가 사는 오래된 아파트 근처에 카쿠지사란 낡은 절에 사는 고양이들을 보게 된다. 고양이와의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은 화자에게 온 고양이 차타로... 우연히 보게 된 도깨비불은 차타로의 영혼이라 여겨지는데... 개인적으로 괴기스런 느낌이 가장 적은 내용이 여겨진다.


<또오기의 징조>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 죽음이 두려워진 화자... 그의 눈에만 들어오는 죽음의 징조를 오래전에 껄끄러운 마음에 연락을 끊은 선배가 나타나고 선배를 통해 그는 달라진다. 그 달라짐에 그의 인연이 속해 있다.


<마른 잎 천사> 출판사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화자.. 우연히 보게 된 여류시인의 사진과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 갑자기 나타난 꼬마 소녀는 사치코 서점의 주인 할아버지를 찾게 되고 그가 사자의 나라와 통한다는 가쿠지사 절을 찾는 이유가 들어난다.


조금 낡고 오래된 아카시아 상점가의 모습은 우리네 7-80년대의 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많다. 아카시아 상점가를 중심으로 혹은 상가 근처에 살며 상가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화해와 용서를 담아낸다.  내용이나 느낌도 괜찮다. 소름이 돋는 섬뜩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재미를 준다.


7편의 단편 속에 다 나오는 헌책방 사치코 서점의 주인 영감님의 말, 행동이 남다른 모습이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그 자신이 남다른 인생을 살았기에 세상 보는 눈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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