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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7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평점 :

매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와 솔직히 나에게는 이름은 들어본 기억이 있지만 다소 생소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가 만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책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대가가 주고받는 이야기는 나같이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편안하게 주고받는 대화인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어 따분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틈이 없이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 즐겁게 읽게 된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가 음악과 와인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재즈는 물론이고 고전 음악에 대해서도 남다른 깊이를 가진 하루키가 마에스트로 오자와를 만나 그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에서 오자와가 가진 음악에 대한 깊은 열정과 하루키가 가진 클래식에 대한 깊이도 알 수 있다.
그들의 첫 만남에는 오자와 세이지의 딸을 통해서다. 딸로 인해 오자와 와의 만남이 이어지고 그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중 오자와가 식도암 절제수술을 받게 되면서 평소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고 '오자와 세이지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가 출간된 것이다.
책에 수록된 인터뷰는 오자와 세이지라는 사람의 인간상을 깊고 예리하게 파고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 책은 르포타주도 아니고, 인물론도 아니다. 나는 한 음악 애호가로서 오자와 세이지라는 한 음악가와 솔직하게, 되도록 허심탄회하게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음악에 대해 각자 헌신하는 바(물론 수준은 전혀 다르지만)를 있는 그대로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게 내가 애초에 이 책을 만들고자 했던 동기다. -들어가기에 앞서-에 담긴 글
무라카미 : 지휘하는 거, 어렵습니까?
오자와 : 음, 어렵다면 어려우려나. 그렇지만 난 십대 후반엔 벌써 기술이 몸에 익어 있었어요. 그런 의미에선 내가 특수했을지도 모르죠. 어쨌거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휘를 했으니까요. 프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전에 이미 칠 년 정도 실제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셈이니까. -p166-
이후 이어진 대담에서도 밝혔듯이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오자와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7년의 지휘자 경험이 베를린이나 뉴욕에서 지휘하기 전에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오자와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잘 이끌어 준 선생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휘자를 하다보면 손가락을 다치는 경우도 생기고, 너무나 적은 급료지급으로 인해 갑질 논란에 시끄러운 디자이너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를 통해 나오는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는 쥐꼬리만 한 급료를 받는다고 한다. 솔직히 음악이 돈이 많이 드는 직업이라 평범한 일반인들 보다는 나은 급료를 받는 줄 알았는데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니..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힘들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하는 음악인들과의 얽힌 다양한 비화나 음악 이야기를 통해 음악가가 오자와 세이지의 순수한 열정을 보면서 그가 참으로 멋진 사람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책받침으로, 포스터로 가장 익숙하게 보아 온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관련된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는다.
좋아한다고 다 최고가 될 수는 없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남다른 노력, 열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오자와 세이지는 누구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르고 그러기에 마에스트로로 인정받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을 위해서 클래식 음악을 자주 틀어주던 시절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클래식 보다는 팝송, 힙합, 록에 더 빠져드는 아들로 인해 클래식을 들을 기회가 더 적어졌다. 오페라, 베토벤, 말러, 브람스 등 책에서 나온 음악을 오케스트라의 장엄함으로 느껴보고 싶다.
음악 그것도 클래식 이야기가 이처럼 편하고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은 드물었다. 하루키의 남다른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책이란 생각이 들며 클래식 음악을 더 가까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좋은 음악이 얼마나 사람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지 하루키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무라카미 : 음악을 들으면서 글 솜씨가 좋아지고, 글 솜씨가 좋아지면서 음악을 잘 들을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