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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장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사관장, 백사당'이 나왔다. 믿고 보는 작가란 이름에 걸맞게 지방의 오래된 유지 햐쿠미 가문을 둘러싼 음침하고 스산하며 섬뜩한 느낌의 '사관장' 읽는 동안 내 뒤에 누군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서늘함에 호러 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만으로 나이를 세는 일본... 주인공 '나'는 자신의 기억으로 다섯 살에 처음 아버지의 손에 이끌러 햐쿠미 가에 가게 된다. 정실부인이 아닌 첩의 자식인 처자 출신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랐겠지만 돌아가신 어머님 대신에 새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도미'... 얼굴도 손도 아닌 새하얀 발과 가느다란 발목을 가진 요괴의 모습을 한 새어머니의 첫인상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며 본능적으로 그녀가 차갑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집안사람들 모두 나를 적대시 싫어하는 띠를 은연중 내보인다. 집안에 흐르는 음침하고 스산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가 가진 호기심으로 집을 탐험한다. 우연히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판자벽을 통해 도착한 은거방에 생활하는 요괴할멈을 만나게 된다. 요괴할멈의 정체는 아버지의 어머니... 나에게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나를 첩의 자식이라며 타박을 주고 학대한다. 헌데 할머니에게 당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새어머니가 서늘한 눈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섬뜩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유일하게 나를 아껴주고 위해주는 '다미'란 할머니의 존재다. 다미 할멈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는 무섭지만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할머니가 쓰러지며 햐쿠미 가 사람들이 몰려오고 나는 할머니가 보여주는 폭력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숲에 들어갔다가 기묘한 분위기의 집을 발견한다. 당집 안에 커다란 자물쇠로 잠긴 격자문을 보이고 그 안에서 기묘하고 섬뜩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난다. 헌데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자물쇠가 떨어진 당집으로 들어간 나... 나는 기묘한 소리의 정체와 맞닥들이게 되고 기분 나쁜 감촉과 무서움에 정신을 잃어버린다. 스스스스삭 움직이는 그것의 정체는 스토리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나의 행방을 알아내고 구한 다미 할멈이 당집과 관련해 다짐을 받는데...
초등학교에 진학하며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 사이에서 물과 기름과 같은 떠도는 나...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관계가 이어지고 친구들과 함께 산 탐험을 계획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집 안에 큰 일이 생기면서 무산된다.
사관장은 나란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이십육칠 년이 흐른 후 성인이 되어 다시 햐쿠미 가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의 섬뜩하고 음산한 집 분위기는 물론이고 차갑고 무서운 새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나란 인물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속마음.. 어리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고 마음은 안 그렇지만 표현하는 마음이 부족하고 애증을 가졌기에 제대로 들어내지 못한 것을 헤어질 때가 된 이제야 알게 된다.
요괴에 관련된 이야기는 간혹 만났지만 백사당이란 장소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는 처음으로 알았다.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와 확실히 다른 일본 시골 마을의 장례의식... 감쪽같이 사라진 아버지가 갔던 마지막 장소에 나 역시도 같은 의식을 치워야 한다. 이 의식에서 나란 인물이 햐쿠미 가로 돌아오는데 커다란 영향을 준 인물이 그만 나를 위해 한 행동으로...
아직도 햐쿠미 가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불명은 물론이고 백사당을 둘러싼 기괴한 의식, 나의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그것과의 만남은 결국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다음 이야기 '백사당'에서 들어날 거란 생각이 든다. 등골이 오싹해져 자꾸 이불을 덮으며 읽은 사관장.. 백사당의 내용이 궁금해 빨리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