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거지왕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거지왕'... 17세기 중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재밌다. 앞의 시리즈를 읽고서 내심 작품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온 3권의 '거지왕' 왜 이 제목이 붙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1, 2권에서는 숀카우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 그리고 젊고 현명한 의사 지몬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3권에서는 야콥 퀴슬과 그의 아내 안나 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중요한 줄기가 된다. 한 번도 들어나지 않았던 안나 마리아를 둘러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사형집행인 퀴슬은 누이가 아프다는 편지를 받고 레겐스부르크로 향하는 중이다. 오랜 세월 용병으로 살았기에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예민한 그의 촉을 자극하는 인물이 있다. 증오를 가득 담은 인물의 누구인지... 기억을 더듬어도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설상가상 중용한 회의를 앞두고 있어 검문이 강화된 상태에 퀴슬은 그만 하룻밤을 감옥에 갇혔다 풀러난다. 누이 부부가 운영하는 호프만 목욕탕을 찾아가지만 누이부부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상태다. 커다란 슬픔이 퀴슬의 가슴을 후미는 그때 경비대장과 경비병들이 들어와 그를 누이부부의 살해범으로 체포한다. 지하 감옥에 갇히는 퀴슬은 자신이 무죄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에게 자백을 받아내려는 세 명의 인물들로 인해 끔찍한 고문이 이어지는데...

아버지가 떠난 숀카우... 막달레나는 시위원이며 제빵업자로 나름 유지로 활동하고 있는 늙은 남자의 부름을 받는다. 남자는 오랜 시간 막달레나를 향한 악의적인 행동을 보인 인물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하녀의 출산을 도와달라는 것... 예사롭지 않은 출산으로 두 명의 생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늙은 남자의 잘못을 폭로하려는 막달레나.. 그녀의 바람은 오히려 그녀와 가족들을 위험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숀카우에서의 행복한 인생을 꿈꿀 수 없다고 생각에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 줄 아버지를 만나러 지몬과 함께 레젠부르로 떠난다. 막달레나와 지몬은 레겐스부르크의 도착부터 험난하다. 다행히 그들은 뗏목 마스터를 만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허나 퀴슬이 억울한 살인죄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누구보다 퀴슬에 대해 잘 아는 레겐스부르크의 사형집행인.. 모진 고문에도 결백을 주장하는 퀴슬을 더 이상 보기 있기 힘들다.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지만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누명을 빨리 벗어내고 싶은 막달레나는 지몬이 싫어하는 분장까지 하며 매춘굴 마담을 따라가 직접 행동에 옮긴다. 지몬과 키가 비슷한 베네치아 대사를 만나며 그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 지몬이 눈병이 난 늙은 노인을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되어 거지들의 수장인 거지왕을 만나게 된다.

거지왕은 개인적으로 전작들보다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퀴슬을 구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퀴슬의 인생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용병생활, 그의 아내 안나를 둘러싼 이야기, 지몬과 막달레나의 사랑이 둘 사이에 끼어 든 한 남자로 인해 흔들리고 더욱 굳건해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단숨에 읽게 된다.

줄거리도 재밌지만 실존 인물, 장소 17세기 중세 레겐스부르크에서 모습이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읽게 되어 생생함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사형집행인이 당시에는 청소부의 역할도 했다는 것이다. 청소부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은 퀴슬로 인해... 아니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숀카우에 재앙이 생긴다. 다행이라면 이 불행으로 드디어 지몬과 막달레나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다음 편이 나올지 의문이 들지만 만약 나온다면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