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
경이수 지음 / 책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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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 가장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 강신주 작가의 '감성수업'이다. 강신주 작가 자신도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을 정도로 지금 우리는 인문학에 빠져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인문학의 열기가 높아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인문학이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학문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인문학을 담은 책을 좋아하고 나름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을 통해 인문학을 친근하고 어렵지 않게 이끌어준다.


처음에 소개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윌든'.. 솔직히 이 책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면이 적었다. 무척이나 힘들게 읽은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2년 2개월 동안 윌든이란 이름의 호수 근처에서 생활한 시간을 통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소중함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직은 재미가 있어야 즐겁고, 즐겁기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있는 나로서는 윌든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 아름다움은 느꼈지만 재미 면에서는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읽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재미를 다시 한 번 읽으면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인문학을 다룰 때 항상 만나게 되는 책들도 보이지만 내용은 알고 있어 읽은 적이 없는 책들도 보인다. 안 읽은 책 중 하나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학창 시절 연극으로 보고 맥베스란 인물이 안타깝게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인간 내면에 간직한 선과 악, 강함과 약함 등의 감정이 공존하다. 맥베스 역시 선과 악 둘 중 하나만 가진 인물이 아니다. 멕베스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이중적인 감정을 마음에 품고 있다. 누구보다 충실한 왕이 신하였던 그가 마녀 세 명과 아내의 꼬임에 넘어가 아니 그 자신도 영주가 되었기에 더 큰 꿈을 생각할 수 있었기에 그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반역을 행한다. 무엇보다 한 번의 쓰라린 경험을 한 왕이 사람의 얼굴에서 마음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고전 중에서도 공자, 맹자, 노자 등의 글을 만나면 나는 우선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재미를 떠나 어떻게 다 읽지 싶은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 마냥 어렵게 느껴지던 이분들의 책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고전을 통해 초보자들도 쉽고 재밌게 고전을 이해하고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사유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는 제목처럼 친절하다. 부제로 초보자를 위한 인문학 사용설명서란 말이 왜 붙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쉽게 인문학을 받아들이고 느끼게 해준다. 내가 읽은 책이라도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만날 때는 저런 것을 놓쳤구나 싶어 돌아보게 된다.


15권의 고전 중에는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안 읽은 책도 있다. 아는 책은 반갑고 모르는 책은 찾아서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소개된 책들을 좀 더 쉽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저자와 책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하기 좋은 Tip이란 구역을 따로 마련하여 어떤 식으로 책을 읽고, 느끼며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고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하나의 책을 읽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서 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유출해보게 이끌어주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흥미롭고 즐겁게 다가온다.


아직은 쉽고 어려운 책보다는 술술 책장이 잘 넘어가는 재밌는 책을 선호한다. 한쪽으로 편중된 책읽기 습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들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갖게 한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 인문학이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문학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즐겁게 다가오는 책이다.


'친절한 인문학 길잡이'를 시작하는 부분 중에 인문학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느냐에 대해 알려주는 글이 인상 깊다.


인문학은 머리로 정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보듬어야 진정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나 공자를 알고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고 결국에는 나를 알고자 하는 공부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인문학은 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기를 살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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