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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 상
황인경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2월
평점 :

큰 날개를 펼치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우리의 위대한 조상 다산 정약용... 정약용의 평생의 역작 '목민심서'... 다산 정약용의 파란만장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장엄한 일대기를 담은 황인경 작가의 목민심서 (상,중,하 세트) 저자는 10년간의 자료 수집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벽하게 다산 정약용의 인생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상권에서는 정약용을 아끼는 정조임금과의 관계, 신분의 차이를 떠나 백성들을 돕고자 하는 행동, 천주교를 접하게 되는 정약용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정약용이란 인물의 크기와 됨됨이를 알기에 그를 더 자신의 곁에 두고 큰 재목으로 쓰려던 정조임금의 생각은 정약용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로 인해 번번이 어려움을 겪는다. 누구보다 정약용을 시기하고 그를 정조임금의 곁에서 멀리 떨어뜨리려는 인물은 정약용과 노론에 맞서 뜻을 함께했던 세 명이 주축이 된 남인들이다. 여기에 암행어사로 나갔다가 광주의 주막에서 우연히 듣게 된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당시 관찰사로 있던 벽파의 거두 서용보의 끊이지 않는 복수도 크게 작용한다. 중국에서 전파된 천주교가 남인들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약용은 형 약전을 통해 서양 학문에서 깨우침을 얻는다. 무엇보다 마지막에서 정약전을 중심으로 한 죽란시사의 한 인물의 아내가 보인 지혜로움이 돋보이는 이야기로 상권이 끝이 난다.
중권에서는 약용 형제를 천주교 교리를 읽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 명의 남인을 주축으로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약용과 어울렀던 인물들 역시 계속해서 정약용을 향한 악의적인 상소를 계속해서 올린다. 그럼에도 정조임금은 정약용에 대한 신임을 버리지 못하고 그를 곡산부사로 임명된다. 전국적으로 지방사령들의 부패는 극에 달해있고 그 중에서 곡산의 부패는 그 도를 넘어서 있다. 약용의 선정과 백성들의 신임을 깊어지자 그를 모함하려는 벽파의 움직임은 더욱 심해진다. 마지막까지 정약용과 그의 삼형제를 걱정한 정조임금이 49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정조임금이 좀 더 오래 사셨다면 어떠했을까 자꾸 생각해 보게 된다. 국상 중에도 정약용을 극도로 싫어한 이기경, 홍낙안, 목만중은 정약용을 목표로 모함을 계획한다. 주문모 신부의 밀입국과 천주교와 관련된 물품들, 서신 등이 담긴 책롱 사건으로 약용 형제는 귀향을 떠나고 주문모 신부의 희생정신이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하고 만다. 다시 한양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도 잠시 또 다시 세 인물로 인해 강진으로 귀향을 떠나게 되는 정약용... 강진에서의 18년의 유배생활을 통해 48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목민심서를 집필한다.
하권에서는 강진에서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며 백성들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한 정약용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약용은 다산초당에서 제자들에게 학문을 가르친다. 그의 애제자이며 불교에 입문한 초의와 인연이 닿은 추사가 정약용을 방문하고 심혈을 기울인 목민심서의 초고를 보여준다. 정약용의 글에 매료된 추사는 제자가 되기를 청하고 정약용은 추사에게 현판을 부탁한다. 추사는 정약용과의 만남이 있을 후 4년 후에 34세란 나이에 과거에 합격하지만 그 역시도 세 번의 유배생활을 겪으며 다산 정약용의 인생과 매우 흡사한 인생을 산다. 강진에 약용의 곁에서 도움을 주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가실... 가실은 손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여인은 정약용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그녀를 탐하는 탐관오리들의 손에서 벗어나 약용과 함께 생활하기에 이른다. 정약용의 유배 생활이 끝나고 본가에 들어가 함께 생활하지만 정갈한 본처의 살림살이에 마음을 내려놓고 딸을 데리고 둘 만의 생활을 꾸러간다. 한편 정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떠났지만 형제는 남다른 우애를 품고서 살다가 약전이 유배생활 16년에 그만 세상을 떠난다. 약전 역시도 자신이 관심이 가진 물고기의 생태, 습성 등을 담은 과학적인 연구를 글로 남긴다. 허나 이 책이 그만 엉뚱한 곳에 쓰이며 정약용을 노하게 만든다. 유배생활이 끝난 지 10년이나 흐른 후 목민심서의 뛰어남을 인정한 사람들은 그를 다시 조정에 불러들이고 싶었지만 벽파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약용이 회혼식날 숨을 거두며 장대한 글은 끝이 난다.
위대한 실학자 다산 정약용.. 누구보다 청렴결백하며 백성과 임금만을 섬기며 올 곧게 살려는 그는 천주교란 이름으로, 이기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함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 굴곡진 인생을 살다간 인물이다. 한 인간의 인생이 이토록 장염하고 위대할 수 있는가 새삼 느낀다.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부모님을 향한 효심, 형제간의 우애, 친구들과의 우정, 정조임금에 대한 무한 신뢰와 존경심을 가진 정약용.. 그가 당파 싸움으로 물든 조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정도의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조선후기 정치사가 상당히 변화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영웅도 시대를 잘 만나야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다. 누구보다 커다란 버팀목인 정조임금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지만 이권다툼 속에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적었던 정약용을 파란만장한 생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른 정치를 펼칠 리더십을 가진 정조임금이나 정약용 같은 인물은 현재 나타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방대한 분량의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목민심서... 소설이라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음을 알고 읽었지만 온전히 정약용의 생이 다 전해져 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 고증을 통해 완벽하게 정약용을 재현해낸 저자 황인경님의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정약용의 감동적인 사상과 삶이 감동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