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북클럽
박현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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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청소년들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힘들다.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책을 읽는 현실... 여기 책을 읽기 위해 남녀학생 네 명이 '수상한 북클럽'에 모인다. 그들을 가르쳐 문제아라고 말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수상한 북클럽이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책을 읽기 위해 아니 어쩔 수 없이 북클럽 프로그램에 참여한 네 명의 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스토리를 이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수상한 북클럽 카페 숨에 모인다. 숨을 운영하는 스물아홉 살의 주인장부터 수상하기 그지없다. 추리닝 차림에 자신의 이름은 물론이고 기타의 별다른 말을 없다. 학생들 개개인의 신상에 대해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북클럽 참여한 학생들의 손에 조그만 쪽지 하나를 쥐어주며 마음을 사로잡는 혹은 마음 내키는 페이지에 표시를 하여 다 함께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학생들의 낭독과 각자의 생각을 말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참여한 북클럽 활동이 점점 즐거워진다.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같은 학교를 다니기에 얼굴 정도는 알겠지만 서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은 희박하다. 진한 화장과 노랗게 염색한 머리, 몸에 꼭 끼게 줄인 교복을 입었던 학교 짱을 먹던 소녀, 다른 자매들과 비교되지 않게 못생긴 얼굴을 가졌다며 스스로 심각한 외모콤플렉스를 가진 학생, 축구 천재로 축구만을 생각하고 앞만 보며 달리다가 부상을 입어 더 치료하고 쉬어야 하지만 다른 동료, 선배를 생각하여 뛴 시합에서 인생의 꿈인 축구를 그만두게 되는 소년, 성적으로 치면 전교 3등.. 크게 걱정할 거 없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고 알아채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소년까지...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서히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바라본다.


아이들이 문제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른들로 인해 생긴 상처가 더 크다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학생들 스스로도 아직은 어리고 서툴기에 상대의 상처를 어설픈 방법을 통해 도와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이들과 카페 숨의 주인장이 이야기를 나눈 책들 속에 내가 미처 읽지 못한 책도 있다. 누구나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들... 나의 경우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읽는 것을 생략한 책이 있는데 책을 보면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이들의 생각에 어른인 주인장의 생각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배려한 점이다. 아이들이 낭독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스스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 이런 모습의 북클럽이 있다면 내 자식도 보내고 싶다.


갈수록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더 책을 구입하고 읽으려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된다. 나의 경우는 그나마 출판사에 운영하는 카페가 있고 개인이 책을 좋아해서 많은 책을 보유한 카페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카페 숨처럼 벽면을 가득 메운 책을 보면 위압감보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동안 책 구입보다는 도서관 이용을 생각하고 있는데 오래간만에 북카페로 놀러가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 '수상한 북클럽'...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에 대한 이야기에 빠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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