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 사이먼 리치의 기발한 상상력에 웃음이 난다. 천국을 하느님이 운영하는 주식회사란 말로 표현하는 자체부터 예사롭지 않다. 낯설고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란 생각이 든 작품이다.


천국 주식회사는 하느님이 CEO, 수많은 천사들은 천국 주식회사 직원들이다. CEO인 하느님은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구가 나오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하느님은 인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구에서 크세논 캐스를 생산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의 다양한 활동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느님은 한 가지 이유로, 오직 그 한 가지 이유만을 위해 지구를 설계했다. 크레논 캐스를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그건 극도로 값진 원소였다. 희귀하고 깨끗하고 강력했다. 그리고 지구의 대기는 자동으로 그걸 대량 생산했다. 크세논 부서는 하느님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였다. 그 부서는 기업 본부의 82개 층 중 74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p68-


천사들은 주 업무는 지구본을 스캔하며 무수히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 애쓰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하기 힘들거나 하느님을 찾는 인간들의 기도를 구분하여 하느님에게 알린다.


천국 주식회사의 직원인 천사들은 하루 5시간에 40년 근무 기간을 가진다. 남는 시간에는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기적부에서 일하는 일중독자 크레이그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기적부로 계약직 천사 일라이자가  배정 받으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단지 물고기 한 마리를 낚는 아주 작은 기적을 해내고 싶었던 일라이자의 행동이 지구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 수습을 위해 하느님을 찾지만 하느님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을 넘어선다. 일라이자는 하느님을 다시 찾아가 자신의 3년이란 시간을 들여 분류한 기도문을 읽어보기를 원한다. 일라이자의 일과 텔레비전을 통해 자신을 향한 인간들의 행동에 회의를 느껴 엄청난 결정을 내리는 하느님... 한 달 후면 지구가 파괴한다는 결정에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지구를 지키고 싶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기도문 속에 담긴 기도 하나 중 하나인 사랑을 통해 지구를 지키려는데.. 생각처럼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학창시절 친구인 남녀 두 사람의 사랑은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 즉 <우만>은 계획하기가 너무나 어려워 그걸 시도하는 천사조차 몇 안 됐다. 두 인간을 정확히 같은 시간에 정확히 같은 장소로 모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 가지의 변수를 조정해야 했다. 그건 창의성, 정확한 타이밍, 구역질 나올 정도의 방대한 조사량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세부 사항 중 어느 하나라도 망치면, 모든 게 헛수가가 됐다.                            -p184-


세상에나 지구의 운명이 남녀의 사랑의 기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니... 너무나 애착을 가진 인간들이 사는 지구를 한 순간에 파괴한다는 하느님의 발상이 엉뚱함에 긴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웃음이 난다.


얼마 전에 끝난 케이블 TV 드라마 '미생'을 통해 힘든 직장인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어 엄청난 인기리에 종영했다. '천국 주식회사'의 천사들 역시 야근에 일중독자, 계약직 등의 인간세상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담고 있다.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천국 주식회사'.. 천사가 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톡톡 튀는 유머를 담은 부분이 꽤 담겨 있어 나름 재밌게 읽었다. 무신론자라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지만 만약 천국, 지옥이 있다면 이런 기발한 방식으로 천국행 티켓을 얻게 된다면 이 또한 운이 아닐까 싶어 도전해 보고 싶다. 미국식 유머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는 면이 아직도 부족하지만 저자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에 유쾌함을 느끼며 즐겁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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