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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ㅣ 십이국기 2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평점 :

한 나라를 왕이 될 천기가 느껴지는 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인 기린... 분명 주종관계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계는 분명 아니다. 선택받은 왕과 함께 운명이 결정되는 기린... 기린이 어떤 존재이며 능력 등... 기린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십이국기 2편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0편인 마성의 아이에 나온 다카사토가 갑자기 가미카쿠시를 당하며 기억 못하는 시간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산 중 하나인 봉산에 은밀하게 숨겨진 장소에 기린(麒鱗)이 열리는 사신목(捨身木)이 있다. 봉려궁은 기린을 위해 존재하고 그곳에 사는 여선 또한 기린을 위해 존재한다. 기린은 봉산의 주인이다. 따라서 봉산공이라 부른다. -p18-
봉산에 열린 여괴의 숙명을 타고난 산시...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섬겨야 하는 열매를 만난다. 다카시... 산시의 생이 의미를 갖게 되는 중요한 존재다. 허나 이 귀중한 존재가 갑자기 사라진다. 눈물을 보낸 십 년의 세월... 다시 돌아온 다카시... 인간세상에서의 이름은 다카사토... 자신이 왜 그토록 물과 기름처럼 겉돌 수밖에 없었는지 느끼게 된다.
알뜰살뜰 자신을 살펴주는 주위에 여선들이 있지만 인간의 인생을 살았던 태과였던 다카시는 인간세상에서의 순간이 떠오른다. 외로움 보다는 그리움으로 자리한 세상... 어리지만 본인 스스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리움이 생기는 것은 왜인지.. 만나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될 왕의 존재... 엄청난 존재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물론이고 기린으로서의 전변이나 요마를 복종시켜 사령으로 삼을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다.
두 존재를 만난 다카시... 천성이 무사인 존재에겐 두려움이 부드러운 존재에게는 편안함이 느껴지지만 두 존재에게서 전혀 천기를 느낄 수 없다. 자신이 섬겨야 할 왕이 아닌 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존재와 맞닥뜨리며 위험이 다카시 일행을 위협하는데...
모든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작은 선택은 충분히 시인하고 돌릴 수 있지만 기린으로서 왕을 지명한다는 것은.. 아니 계약은 한다는 것은 곧 들통날 일이다. 되돌리고 싶다. 다카시는 두렵기에 오히려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이토록 흥미진진한 판타지 소설은 오래간만이다. 일본 판타지 소설은 종종 읽었지만 이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드물었다. 검은 깃털의 다카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존재 고란을 굴복시키며 기린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십이국기 시리즈가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즐겁게 읽었는데 다이키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뿔을 잃고 다시 인간 세상에서 살게 된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다음편 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