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유사 - 우리 역사 속 특급비밀37
박지은 지음 / 앨피 / 2014년 10월
평점 :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안다는 것은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 역사가 가진 특급 비밀 37가지를 알려주는 '한국 유사' 안에는 총 37편 이야기를 시대별 구성을 보면 삼국시대 21편, 고려 6편, 조선 11편으로 되어 있다. 조선이 가장 많을 줄 알았는데 삼국시대가 조선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목을 '한국 유사'라고 지은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역사를 몇몇 정사 속에 박제된 역사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시제로 일어난 일들로 보여 주고 싶어서이다. 그처럼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게 재미난 일들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
장희빈, 장녹수 하면 악녀로, 어우동 하면 신분을 넘어 성을 추구한 대담한 여성으로,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쥐고 천하를 호령한 기황후, 미실, 선화공주 등등 우리나라의 빼놓을 수 없는 여인들이 있다. 특히나 한국사의 10대 미인으로 꼽히는 여인들의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들이지만 단연코 최고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는 조금 생소한 관나부인이다. 관나부인으로 인해 서해 바다가 동해보다 조금 짠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왕의 눈에 들었다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할 수 없는 게 우리네 궁궐이다. 왕비로 인해 생명에 위험을 느낀 관나부인이 선택한 방법이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로인해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챙겨서 보는 드라마가 한 편 있다. '미생'이다. 직장인의 애환을 너무나 잘 나타난 드라마에 빠져 다시보기를 통해 처음부터 볼 정도다. 내 옆지기의 무거운 어깨의 버거움을 이해하게 만든 드라마지만 한국 유사를 읽으며 유달리 미생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괴짜 아니 이런 선배가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배에게 일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공을 가로채는 것에 한석율이 분개하며 대응하려는 생각을 장그래, 안영이, 장백기에게 말하는데 장그래가 우선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힘이 없을 때는 기다리는 것이 우선되는 것이 당연하다. 아버지, 삼촌의 복수를 위해 해서는 안 되는 전쟁을 시작하고 패하는 백제의 아신왕... 다른 사람의 눈에는 시작하면 안 되는 상황인데도 본인만이 그것을 모른다니... 8전 8패의 불굴의 패배왕이란 그의 타이틀이 주는 안타깝다. 더불어 바둑 때문에 국력을 한 없이 약화시킨 개로왕은 아신왕과 달리 한심한 왕으로 느껴진다.
충렬왕, 충선왕, 충혜왕에 걸친 이야기는 원나라의 간섭과 정비, 같은 여인을 품 안에 품는 것으로 현실 도피를 했던 두 왕은 물론이고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만 머리가 발달한 충혜왕의 30살의 죽음은 누구도 애통해 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의 팔자가 어떨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새해가 되면 운수점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의 9대 임금 성종은 평소에 호기심이 많아 자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의 삶이 궁금해진다. 자신과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은 빼어난 미모의 여인으로 그녀의 인생 스토리는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으며 스무 살도 되지 않았지만 많은 남자들을 거느리며 신분과 성별은 달라도 여전히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전에 어느 TV 프로그램인지 몰라도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 나온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인구가 늘어나서인지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도 꽤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허나 그들의 삶은 다 달랐던 걸로 기억한다. 같은 날, 시에 태어났다고 같은 운명을 갖는다는 것이 진짜 맞을지... 성종이 죽으며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지 나 역시도 궁금해진다.
매일을 크고 작은 일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역사다. 역사하면 거창하고 큰 이슈와 변화를 가진 사건들만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익숙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역사의 숨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진 재미를 새삼 느끼게 된다.
역사하면 무직하게 다가오는 면이 많지만 이 책은 쉽고 재밌게 역사를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 더 많은 역사 속 숨은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