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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ㅣ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1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4년 11월
평점 :
역사라는 것이 아무리 승자에 의해서 쓰이는 것이라지만 이토록 많은 역사가 왜곡되어 후세들에게 알려진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올바른 역사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여전히 우리 역사학계는 친일파와 그들의 후손들에 의해 여전히 많은 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하루아침에 변화가 일어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우리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의 저자는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다. 많이 숨겨졌거나 왜곡된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거의 없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책에 쓰인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이렇게나 다르다니... 내가 몰랐던 역사적 인물들의 굴곡지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와 같은 삶을 알게 되어 뜻 깊은 시간이다. 역사란 것이 이 정도로 왜곡되어 알려져도 좋은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될 수 있으면 잊고 싶고 말하기 싫은 일제강점기.. 나 역시도 일제강점기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의 이렇게나 아프고 치욕스런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될 수 있으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역사에서 지우고 싶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똑똑히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가 아닌 사실적이고 확고한 역사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매국노 이완용의 비서인 이인직이 혈의 누의 작가라니...학교에서는 최초의 신소설을 쓴 인물로만 알려준다. 나라를 팔아먹고 얻는 대가에 더 궁금했던 그들... 이인직의 '혈의 누'를 자주 독립, 신교육 사상을 담은 신소설이라고 교육시킨 바탕에는 조선편수회 출신의 친일사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자의 몸으로 독립운동에 앞장선 남자현 의사... 손가락 두 마디를 자른 이야기에서는 솔직히 그녀의 강한 의지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본인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미대사관 직원인 그레고리 핸더슨과 그의 부인은 우리나라의 많은 보물을 수집하고 빼돌린 그야말로 도둑이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그는 외교관이란 신분을 이용해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을 빼돌리고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전시회를 열어 이를 기회로 도둑질해 간 문화재를 팔려는 시도를 했다.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하버드 대학에 많은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우며 우리 정부가 좀 더 노력을 기울여 문화재를 찾아오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김구 선생님의 죽음과 관련해 이승만 대통령이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다. 이승만이 주도하고 군부가 행동으로 옮겼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죽음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 친일파 경찰인 전봉덕이며 독일에 우리 문학을 소개한 전혜린 작가의 아버지다. 나 역시도 전혜린 씨의 책을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그녀의 짧은 죽음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죽으면서도 절대로 아버지의 친일 행동에 대한 죄의식, 반성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백범 김구 선생님을 죽인 안두희는 친일 경찰의 보호 아래 짧은 형기를 마치고 나왔지만 그를 응징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네 번째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 죽는다. 그의 죽음에 앞서 김구 선생님의 살해와 관련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땅에 묻힌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김구 선생님의 죽음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밀반출해간 도둑인 그레고리 핸더슨의 이야기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인적으로 조선시대 임금 중 가장 싫어하는 임금으로 인조와 선조가 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보다 한양, 백성을 버리고 살겠다고 떠난 무능한 임금이다. 선조보다 못한 인물이 이승만 대통령이지만 아직도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의 기억에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회, 미국조차도 모르게 혼자서 살겠다고 도망친 이승만 대통령... 대통령이 떠나자 국회의원들 역시 백성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서둘러 짊을 꾸리고 떠난다. 무엇보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방송을 하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국민에게 사과할 생각을 하지 않은 행동은 비난을 넘어서 더 심한 욕을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인천에 가면 있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이제는 별로 반갑지 않다. 그 역시 미국에 이익이 되는 행동만을 한다. 미국의 이익과 맞아 떨어지는 일본을 선택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선택했다면 일본이 반으로 나누는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시대와 상항이 다르지만 맥아더와 반대로 우리나라.. 조선을 사랑하는 일본의 문화재 약탈을 막은 어니스트 베델, 헐버트의 노력이 새삼 감사하게 다가온다. 이외에도 숨겨진 우리의 현대사 이야기는 가슴 아픈 역사라 아프고 슬프게 다가온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고 아는 게 힘이란 생각이 든다. 친일파가 주도하는 역사가 아직도 많지만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 역시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책을 통해 우리 역사 속에서 드라마틱한 에피소드와 파란만장한 인물들의 인생을 알게 된다. 숨은 역사속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우리의 현대사를 생각해 보며 현재 우리의 모습,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해본다.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