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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겹으로 만나다 - 왜 쓰는가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 행사준비위원회 엮음 / 삼인 / 2014년 10월
평점 :
감정이 메말라 가는지 예전처럼 시가 가슴속으로 온전히 다가오지 않는다. 사춘기 시절에는 한창 열심히 시집을 읽었고 시를 베껴 쓰는 일에도 나름 열심이었는지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가슴마저도 소멸시키는 것은 아닌지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시집이 나오면 우선 관심이 간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이나 문정희 시인 등..관심이 가는 분들의 시는 물론이고 소설, 평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지금 계절과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에는 무려 60명이나 되는 우리시대 대표 시인의 작품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비평가가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소설가 분들의 답변을 담고 있다. 시야 눈으로 읽으며 가슴으로 음매하며 나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지만 왜 쓰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쉽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읽을수록 글이 감칠맛이 느껴지는 글이 있고 마냥 어려운 글도 있지만 그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고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러퍼진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1998년 열림원에 실린 정호승 시인님의 시다. -p59-
이 시 예전부터 많이 좋아해서 일기장에서 써 놓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때는 진짜 외로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도 외로움이란 단어가 주는 감정에 내 마음을 대신하며 읽었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다보니 외로움이란 단어가 주는 가슴 절절히 저며 오는 감정에 쉽게 읽지 못하는 시가 되어 버렸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크다고 알고 있다. 특히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고통은 아이를 낳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 만큼의 고통을 수반하고 나온 글들을 우리는 만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그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내가 아는 분들도 계시지만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름들도 보인다. 그만큼 시와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앞으로 더 자주 시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려는 노력을 할 생각이다. 좋은 글과 함께 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된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다양한 문인들을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