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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도쿄 대학생 탐정 시나노 조지를 주인공으로 한 '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밀실살인게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우타노쇼고의 단편소설이다. 단편이 총 8개로 구성되어 있지만 왜 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이란 이름을 붙였는지는 호기심이 자극한다.
세상에 순간적 살인 충동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인지.. 그것도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을... 세상에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느껴질 정도로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전혀 느끼고 살지 못하는 이야기에 처음부터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명확한 증거가 있기에 더 늦기 전에 자수를 권하는 시나노의 모습이 사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은 문 - 문, 아주 우연히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생기지 않는 다음 이야기에도 경악하게 된다. 모험을 즐기기 위해 찾아간 유령 병동에서 생각지도 못한 싱크대 밑 시체와 마주친 유령 병동, 두 사건을 보면서 사람이 무섭다는 느낌을 새삼 받아 섬뜩하게 다가온다.
까마귀로 인해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한 쓰레기 속 죽음의 얽힌 사건을 다룬 까마귀의 권청... 진짜 사건 속 숨은 진실을 밝혀내는 시나노의 예리한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시나노가 있는 기숙사를 중심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독자에게 직접 사건을 풀는지 작가는 묻는다. 물론 시나노에 의해 범인으로 오인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 명씩 소거하는 방식을 취한다. 항상 그렇듯 범인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룬 유죄로서의 부재, 사기꾼이 운영하는 악덕 기업인에 속아 쓰잘데기 없는 물건들만 잔뜩 구입하면서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본 어머니를 둔 남자가 기업 여총수를 죽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수난(水難)의 밤, 공양탑 사이에 물구나무로 발견 된 여자의 시체... 죽은 시체인데 분명 시나노의 지인은 보았다. 좀비처럼 되살아난 시체의 비밀이 무엇인지.. 수학공식과도 같은 문구로 좀비의 정체를 풀어내는 시나노의 활약이 돋보이는 W=mgh,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도 너무나 많은 사이비 종교들이 존재한다. 종교 행사 연습 중에 일어난 죽음... 허나 이 죽음 뒤에는 인간이 가진 탐욕이 문제다. 탑 꼭대기에서 죽은 사람의 지난 사건을 파헤친 아사리천공사담, 마지막으로 생활형 탐정 시나노 조지가 고난 대학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룬 마구무시까지 사건의 직접 목격하거나 들은 사건을 풀어내는 생활형 탐정 시나노 조지의 활약이 잘 묻어난 이야기다. 생활형 탐정이란 이름에 맞게 다양한 아르바이트생이자 학생 신분으로 풀어내는 사건은 친절하지는 않아도 무심한 듯 사건을 풀어내는 모습이 시크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오래간만에 읽은 우타노 쇼고의 단편소설... 저자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즐겁게 읽었다. 겉모습은 어느 정도 고시생의 모습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날카로운 추리력과 판단력은 어느 탐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시나노 조지의 다음 활약은 또 어떤 모습일지... 이 탐정의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