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리의 심리학 카페... 제목이 주는 느낌이 참 좋다. 실제로 이런 카페가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자 모드 르안은 18년간 바스티유에 위한 카페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가 되면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심리학 카페’를 연다. 지금까지 다녀간 사람만 무려 5만 명이 넘을 정도라니... 그 만큼 마음속에 상처, 고민 등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그녀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례를 들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마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이끌어주는 이야기다. 서양인들의 사례지만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이야기 같은 것도 있고  가족, 친구, 지인의 이야기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누구나가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 자신, 일, 사랑, 인간관계 등에 대해 들려준다.

 

나도 없잖아 이런 면이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마음에 하기 싫은 것도 제대로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예스맨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도 현실에서는 노우 보다는 예스를 듣고 싶어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거절을 하기 힘들어 하는 남자의 마음이 그래서 더 공감이 된다. 일 뿐만 아니라 가족, 특히 사랑하는 아내의 말에도 노우를 못하는 심정... 나도 옆지기가 하는 말에 거의 토를 달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옆지기의 이야기는 나와 상관없어 마음 저 밑에 내려놓고 있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출하는 것이 앞으로서의 관계를 따져 볼 때 더 유익하다.

 

부모님의 기대치를 알기에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부담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중국인 유학생,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시간이 흐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결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여자의 이야기, 연인보다 자신만의 세계에 더 빠져 있는 연인에 대한 상처 받은 마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야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화를 내지 못하는 이야기, 과거 아버지로 인해 갖게 된 시간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남자 이야기 등등 삶을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개인적이지만 누구에게나 비슷한 경험이 존재하는 이야기들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아는 지인 중에 아직 시집을 못 간 노처녀가 있다. 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힘겨워하기에 기운을 돋을 겸 만난 적이 있다. 괜한 위로보다 그냥 평소처럼 영화보고, 밥 먹고, 차 마시는 순서를 따랐다. 허나 연애를 할 때 보이던 행복함이 없어서인지 나도 불편하고 지인 역시도 즐겁지 않았는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잘 가지 않는 노래방을 찾아 들어갔다. 노래를 한두 곡씩 부르며 어느새 슬픈 발라드에 자신의 감정을 담은 지인은 한 쪽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모른 척 잘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를 난 불렀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울고 난 지인이 미소를 짓는다. 마음은 안 그런데 쿨한 척 헤어졌다며 한 번씩 미치도록 그립다고..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내려 놓고 정리를 할 생각이라는... 누구에게나 이별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연애를 한 사람으로 이별을 쿨하게 대처하는 사람을 보면 내심 놀란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람들의 스피드한 만남과 헤어짐을 보면 낯설다. 그래서인지 더 이별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예의가 필요하다는 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저자 스스로가 가장 절망적인 아픔을 경험해 보았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은 분명 커다란 슬픔이다. 이제 갓 태어난 아이를 혼자서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우선 내 슬픔이 크기에 술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있었다. 아들의 눈망울을 보고 다시 새로운 마음을 먹었다는 저자... 그녀의 심리학 이야기는 그래서 더 가슴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 숨 가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자문해 보라. 나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내가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안젤름 그륀,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저자의 심리학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얼굴을 익히고 마음이 조금씩 열려 이야기를 나누지만 진짜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쉬워 보이지만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병원을 찾아 나의 마음을 털어 놓는데 거리를 두고 있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를 찾았던 친구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친구나 가족, 지인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고 마음을 다스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주변에 파리의 심리학 카페 같은 곳이 있다면 마음이 아픔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세상은 각박해지고 삶은 퍽퍽하고 극도의 개인주의가 심해지는 세상이라 더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임을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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