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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평점 :
승리한 강한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가 전부 다 옳지는 않다는 것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강자들이 이룩한 역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더욱이 요즘처럼 권력을 쥔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상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더더욱 강자가 보여주는 힘이 옳게 쓰여지는지 의문이 생긴다.
'강자의 조건'은 EBS에서 만든 다큐프라임 6부작 '강대국의 비밀'의 원작이다. 강자의 조건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부터 20세기 미국에 이르기까지 2,500년의 역사를 통해 강대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이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관용과 다원성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우연히 EBS에서 하는 인문학 강좌를 보았다가 '한니발'에 대해 아주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로마제국의 탄생 과정에서 등장하는 한니발의 이야기는 유달리 집중해서 읽을 정도로 흥미롭다. 지중해 세계의 초강대국이었던 카르타고(현재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 속한 도시국가)의 명장 한니발 바르카...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전쟁터를 누빈 한니발은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배하여 로마에 수모를 당한 것을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로마는 한니발로 인해 동맹국들이 멸망하자 전쟁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몰리고 남은 방법은 한니발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지역적 특성 때문에 로마군은 한니발이 이끄는 군대와 에브로강에서 만날 것이라 예상했다. 뛰어난 정예부대만 이끌고 움직이는 한니발의 전략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전략부터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북부로 진입하여 로마인들을 혼비백산에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는 정치적인 안목이 부족하여 로마와의 전쟁을 승리를 이끌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했던 방식대로 동맹국으로 인해 와해되는 로마를 보고 싶었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한니발은 수세에 몰린다. 칸나이 전쟁에서 진 로마에 구미가 당길 제안을 하지만 그들은 한니발의 강화제의를 거절한다. 어린 병사 스키피오가 칸나이 전재에서 살아남은 일은 로마에게는 기적이 한니발에게는 불운으로 작용한다. 한니발을 전술을 파악한 스키피오로 인해 자마 전투와 2차 포에니 전쟁이 끝나며 한니발은 로마에 승리하지 못한다.
영토의 면적이 너무나 적은 나라인 네덜란드는 17세기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초강대국이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패권을 위해 유럽 전역을 돌며 전쟁터를 누빈 카를로스 5세가 퇴임하고 젊은 펠리페 2세가 뒤를 잇는다. 이들 곁에는 대영제국의 아들이지만 충성을 맹세한 귀족 오라녜 공 빌럼이 있다. 허나 그의 충성맹세는 네덜란드가 독립전쟁을 시작하면서 어긋난다. 스페인의 식민지가 아니었기에 스페인에 대항해서 일어난 것이 아닌 펠리페 2세에 대한 봉기지만 결국 스페인이 부대가 참여하며 스페인에 대항하는 모습을 띄게 된다. 펠리페 2세 는 자신이 믿는 가톨릭의 수호자로서 신교를 강력하게 탄압하면서 빌럼과 의견의 차이를 보인다. 신교도를 믿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가톨릭을 믿어야 한다는 종교적 탄압으로 인해 펠리페 2세와 스페인에 대한 저항으로 모습이 바뀌게 된다. 독일로 망명한 빌럼이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위해 움직이고 위트레흐트 동맹이 독립 네덜란드 모태가 된다. 유럽 전역에서 종교적 억압, 박해를 받던 사람들이 네덜란드로 이주하면서 인구가 늘고 빌럼이 죽은 후 그의 아들대에 이르러서 사실상의 네덜란드 독립을 획득한다. 그것이 1587년 이후다. 종교적 자유가 있다고 믿었던 장인들이 네덜란드로 이주하고 그들을 받아들이며 17세기에 네덜란드는 황금기를 맞게 된다. 지리적 이점과 종교적 자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네덜란드를 찾았고 그 중에서는 데카르트를 비롯한 유명한 철학자들이 있으며 종교를 이유로 스페인에서 옮겨 온 다수의 유대인들이 돈을 출자해 세은 동인도회사는 네덜란드 최초의 근대 기업이고 세계최초의 주식회사다.
로마가 대형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 몽골의 세계제패, 무적함대 영국의 대영제국,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 미인종차별, 민권운동을 통해 바라본 미국의 모습을 통해 들여다 본 강자와 강대국을 담은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중에 당시 주변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나 주변상황에 대해서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미되어 알려주고 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책을 읽다보니 지형적으로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게 된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중요한 당면과제도 있고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강자, 강대국을 통해 바라본 세계역사가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