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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
사카구치 안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4년 10월
평점 :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라는 오다 노부나가... 학창시절에는 종종 일본시대극을 다룬 소설도 읽은 적이 있지만 오다 노부나가란 인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시카구치 안고의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를 통해서 오다 노부나가가 왜 시대의 풍운아 또는 난세의 영웅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소년들만이 즐기는 놀이가 있다. 들로 산으로 활개를 치며 다니던 시절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면 행동에 변화가 찾아온다. 헌데 오다 노부나가는 인물은 사람들의 바보란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 철없어 보이는 행동이지만 그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악독하고, 잔인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냉혹한 미노 가문의 수장 도산은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딸 노히메를 오다 노부나가에게 시집보내는 것으로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두 가문이 맞교환 형식으로 인연을 맺는다. 어린 신부 노히메는 똑똑하고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 노히메는 노부나가란 남편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그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없지만 그는 분명 바보도 아니다. 노부나가의 아내로 있으면서 아버지 도산에게 편지로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알려준다. ㅗ산은 딸의 편지에서 느낀다. 자신이 보낸 첩자들보다 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열아홉 이른 나이에 가문을 이끌어갈 수장이 된 노부나가... 바보란 소리를 듣는 그를 따르는 무리도 있지만 노부나가의 동생 간주로에 대한 신임을 더 두는 가문의 사람들로 인해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분열된 의견 속에 노부나가의 오른팔이자 지략가인 인물은 아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을 기회로 자신의 할복을 선택하며 노부나가의 곁을 떠나게 된다. 허나 영웅은 어려운 시기에 더 빛나는 법이다. 노부나가는 자신이 눈여겨 본 인물이 있다면 솔직함과 대범한 배짱을 무기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
항상 옆의 사람들이 문제다. 오다 가문에서는 이권을 둘러싸고 노부나가 형제들을 들쑤시는 인물들이 존재하고 오다 가문과 사돈을 맺었지만 서로 견제해야 할 미노 가문의 도산은 자신이 취한 여자의 뱃속에 있는 아들 요시타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이 키웠지만 양아들 요시타츠는 비록 나병을 앓고 있지만 힘도 세고, 지혜와 덕망도 있기에 사람들의 신임과 인기를 얻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양아버지를 도산을 죽이고 싶어 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행동 속에 남다른 크기를 보여주는 노부나가의 곁에 사람들이 모이지만 어려움은 존재한다. 자신을 죽이고 동생을 수장으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의 싸움, 요시타츠로 인해 위험에 빠진 도산을 돕는데도 적극적이다. 노부나가는 남보다 앞서는 정보망과 지략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오다 노부나가란 인물은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기롭게 승리한다. 나이를 먹으며 바보스런 행동은 다도를 통해 진지함을 들어내고 사람들도 노부나가 곁에서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
무협지를 보는 듯 흥미진진한 이야기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진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며 더 대범하고 솔직하게 다가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오다 노부나가... 그의 이런 모습은 영웅이 무엇인지... 영웅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사람 위에 군림하지 않고 자신과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직접 보여준 노부나가... 그가 누구인지... 그를 왜 영웅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