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詩 - 돈에 울고 시에 웃다
정끝별 엮음 / 마음의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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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제로 시를 읽는다는 것이 색다르다. 돈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불편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돈 때문에 사랑도 변하고 돈 때문에 부모자식간의 엄청난 사건도 일어나는 것을 보는 일은 이제는 흔해졌다. 돈의 모습을 시로 표현한 것이 신선한데 돈과 시가 너무나 닮아 있다니... 저자는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돈...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돈을 번다. 돈이 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책에 수록된 66편의 시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리고 아픈 돈과 관련된 이야기가 짧은 시 속에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이들은 궂은일보다는 편하고 쉬운 일을 찾기에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사람이란 게 적응의 동물이라고 보다 나은 직장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던 사람도 얼마간의 돈이 주는 편안함에 빠져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젊은이들과는 달리 아직도 충분히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명퇴로 인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만 나이에 밀려 쉽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오늘도 가장이란 무게로 직업소개소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봄을 상징하는 다양한 꽃들 중 축제로까지 발전한  벚꽃과 실업률을 이야기한 시가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이 연상되며 그 밑에서 좌판을 펼쳐 생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져 아프게 다가온다.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최초의 직장은 아마도 24시 편의점이 아닐까 싶다. 열아홉 살 한창 꿈 많은 소녀가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나일 같지 않다.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줄 부모님은 모르고 애인도 아르바이트로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사랑이 3분 컵라면과 같으며 죽을 때가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글에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와 살짝 눈가가 붉어지기도 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라서 더 아프게 느껴진 거 같다.

 

너무나 아픈 몸으로 병원 침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벗어 놓은 쓰봉 속주머니에 든 십만 원에 더 신경을 쓰는 엄마 이야기는 어린 시절 바지 속주머니에 꼬깃꼬깃하게 접은 돈을 넣어두신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교회 헌금이나 어린 손자, 손녀에게 줄 사탕 한 봉지 사기위해 아끼신 얼마 되지 않는 돈... 갑자기 할머니가 너무나 그립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도 버겁지만 다른 나라에서 돈에 팔려 아니 꿈을 찾아 시집 온 이주 여성이 자식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게 만든 이 시대가, 가진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그들의 삶에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돈이 시가 되고 시가 돈이 되니 너무나  시리도록 아프다. 억울하면 성공하라고 말한다.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돈과 명예가 딸려오니 당연한 말이지만 성공이란 게 보통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 요즘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그나마 있는 돈을 긁어모아 작은 가게를 열어도 월세 내기도 힘든 사람들이 많다. 하늘에서 비처럼 남자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노래가 있는데 하늘에서 비처럼 돈이 쏟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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