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가장 핫한 사람 중 한 명인 마녀사냥의 허지웅씨... 자신을 글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녀사냥, 썰전을 통해서 그를 알지 않았을까 싶다. 글쓰는 허지웅씨의 책은 '버티는 삶에 관하여'가 처음이다. 이전에 나온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에 대한 평이 좋기에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허지웅이란 이름 앞에 글쓰는 사람이란 말을 붙여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이 책 괜찮다. 자신의 생각, 이야기를 짧지만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 아주 마음에 든다. 근래 들어 읽은 에세이 중 상위에 랭크 될 정도로 즐겁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허지웅이란 사람에 대해 방송을 타고 나온 그의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 허지웅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는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부부가 함께하지 못할 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별을 했듯 이혼을 했듯 자식을 혼자 키우기 위해서는 웬만한 수모는 감수할 수 있다. 허지웅씨의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린 조카에게 저 여자란 소릴 듣는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싶은데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피붙이 형제의 모습에 느꼈을 상처, 절망감은  더 깊었을 듯싶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모시고 나오면서 받았을 학생 허지웅씨의 상처 역시 깊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 어머니에게 느끼는 연민, 근심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지금이야 이름이 알려지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만 등록금 마련과 집세를 벌기 위해 서너 개의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했을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인지 허지웅씨가 교수인 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은 공감이 된다. 안타까우면서도 빵졌던 부분으로 인간이 가진 그 어떤 감정보다 분노가 가장 높은 옥타브를 기록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부는 '부적응자들의 지옥'이란 이름으로 여러 가지 사회성 짙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아들이 걱정되어 나온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빨리 택시에 태워 보내며 연락이 닿지 않아 느끼는 불안한 마음이 잘 전해져 온다. 더불어 20대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우리 때와는 너무나 다른 요즘 젊은이들을 압박하는 여러 문제들이 그들을 무한 경쟁 속으로 몰아세우는 안타까운 현실이.. 뉴스를 통해 듣게 되는 가자지구의 이야기 보면서 느낀 감정들을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며 그의 글에 격하게 공감한다.

 

3부에서는 우리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사건들을 다룬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개인의 사생활은 사생활로 보는 것이 옳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힘들다. 연예인도 개인이지만 일반 국민들과는 다르다. 연예인에 대한 끝을 모르는 과도한 잣대는 심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데... 옥소리의 방송 복귀 무산, 최민수 노인폭행사건은 연예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4부에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카메라가 지켜본다'... 모르고 보는 것보다 알고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 영화평론가인 저자가 풀어놓는 영화중에는 내가 본 영화도 있고 못 본 영화도 있지만 저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새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허지웅씨는 겉모습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조금 차갑고 까칠한 사람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차가움 속에 따뜻함이 감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이야기가 왜 이리 가슴으로 스며드는지... 예전에는 허지웅이란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좋아진다.

 

이미 벌어진 일을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선정적 사건일수록 선정적이지 않게 다루고, 무분별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도록 정교하게 편집 배열해야 할 책임이 언론에는 있다. 이들은 더이상 언론인이 아닌 보부상처럼 보인다. 나는 언론인들이 오히려 스스로 언론 엘리트라는 자존심 위에서 글을 쓰고 편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정잡배 같은 자세로 당장의 광고 한 면과 클릭 수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지금과 같은 불신과 오명을 씻을 길이 없다. 고리도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p228-

 

허지웅이란 이름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버티는 삶에 관하여란 제목이 더 끌린 책... 날 것 같은 솔직함이 온전히 묻어나는 이야기에 빠진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준 책이다. 전작도 곧 찾아서 읽을 생각이고 다음에 나올 허지웅의 글쓰기는 무슨 내용일지... 될 수 있으면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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